"왜 우리한테 자료 달라고 해요?"...버티는 정부, 뿔난 국회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국감)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상임위)마다 피감기관의 자료제출이 불성실하다는 항의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못 준다" "왜 우리한테 요청하느냐"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17일 한국방송공사(KBS)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주질의에 들어가기 앞서 "제가 어제 KBS에 제 명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그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할 수밖에 없단 것"이라며 "저희 과방위 산하 모든 기관에도 같은 공문을 발송했다. 원칙을 갖고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로부터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제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되자 '강수'를 둔 것이다.
지난 11일 과방위에선 민주당 소속 여러 의원들로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불만들이 제기됐다.
장 의원은 과기부를 향해 "민형배 의원(민주당)에게 글로벌 R&D 예산도 드리시고 기재부가 운용비 절감을 위해 어떻게 정부출연연구기관들 운영비 반납했는지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 내 제출해 달라"며 "제가 (산하기관 관련) 협단체의 수요조사 기획, 과제 수행 자료 등 달라했는데 이름들을 가리고 자료가 왔다. 누가 이 자료를 이렇게 만드나. 왜 못 밝히나, 밝혀야 그 카르텔이 파괴되는 것이다. 밝혀서 기업들이 다신 R&D 자금으로 내부거래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장면은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국감에서도 연출됐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 부위원장 가족회사 배당 관련 자료 요구를 (금융위에) 했더니 '그런 자료를 왜 우리한테 요청을' (하느냐라고 한다). 요구 자료에 대해 줄 것이 있는지 없는지, 없다면 어떤 법적 근거로 줄 수 없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금융위에 대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은행과 보험사들의 금리 인하 수용률은 5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소상공인 대출 가운데 금리인하 수용률, 소상공인 신용점수별 인하된 금리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자료를 늦게 낼 수도 있고 비밀이냐 아니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료제출 기간이 한참 지나서 물어보면 하나같이 대답이 '금감원에 이첩했다'다. 정부 부처가 자신이 요구받은 자료를 국회의원실에 통보 없이 조용히 산하기관에 이첩하고 그 자료를 거기서 낼 거란 식으로 답변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이같은 사례가 진짜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회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국회를)무시한다고 보이기 때문에 한 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10일)와 중소벤처기업부 등(12일)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자 위원장이 나섰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10일 "경제자유구역 문제점과 관련해, 특히 인천에서 추진중인 6조8000억원의 개발 사업에 대해 특혜 의혹, 사전담합 의혹들이 많아서 핵심자료를 산업부에 요청했다"며 "위원회 의결까지 거쳤는데도 제출이 안된다. 너무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답변올 보내고 있고 오히려 과도하게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비난하고 공격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8월부터 국감 준비를 하면서 공영홈쇼핑에 상임감사의 법인카드 세부내역 일체, 사용 영수증을 요구했다"며 "공영홈쇼핑은 상임감사 본인 확인이 필요하단 이유로 자료제출을 안했고 9월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아 제출을 못하겠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자료제출을 안하니 더 궁금해진다"고 했다.
이에 이재정 산중위원장은 "매해 국감 의사진행발언 시간에 자료제출을 해달란 의원님들 요청이 이어진다"면서도 "그동안 국회가 두루뭉술하게 요청해 제출이 어렵다고 한 기관은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 요청에 대해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불응하는 것에 대해선 자료제출 판단의 권한이 있는 당사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을 관철해 볼 생각이다. 함흥차사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엄포 아닌 엄포를 놓겠다"고 했다.
국정감사의 취지에 비춰볼 때 이같은 피감기관들의 비협조적 태도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들이 여야 모두에서 나온 한편 자료제출이 잘 안되는 이유에 대한 분석에는 차이점이 있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국감을 앞두고 산하 공기업에 요구했던 자료가 있는데 한 달 동안 자료제출을 안하다 담당 부처장급에 직접 항의한 뒤에야 하루 만에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줄 수 있는 자료를 안 주고 버텼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기관별로 자료협조가 잘 되는 곳도 있고 안되는 곳도 있기 마련인데 올해는 특히 심하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6개월 뒤면 의원들도 당선과 낙선으로 갈릴 것이라 이번 국감만 잘 버티고 넘어가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일부 장관들을 보면 국민에 답변하러 나오는 것이 아닌 마치 싸우러 나오는 것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며 "이같은 각 기관 수장의 태도가 아래 공무원들에게도 끼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의 미래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조승현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수석상임부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정감사란 정부, 국가 주요 기관들에 대해 감사와 감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본연의 의무 중 하나"라며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관들이 국감 자료제출에 미흡하단 건 숨길 게 많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회에 대해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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