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師弟가 경륜·패기 모으니 '다빈치 로봇' 능가"
洪교수, 金박사 논문 보고 창업 제안
의료로봇, 내시경 수술 정확도 높여
'퍼스트무버 기술' 100억 투자유치
내년부터 세계시장 평정 채비나서
"대학 창업 활성화 저성장 넘어야"
“김 박사의 논문 주제를 사업화하면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아 돈이 될 것 같은데···.”
홍대희(62)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2019년 제자인 김병곤(38) 박사의 졸업논문을 지도하며 한 조언이다. 이에 당시 대기업 산학 협력 장학생으로서 취업을 염두에 두던 김 박사는 부모의 동의하에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기업에 반납하면서까지 공동 창업에 나섰다. 이렇게 선보인 의료 로봇 퍼스트무버인 엔도로보틱스는 최근 약 100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내년부터 세계시장 평정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두 사제(師弟)는 18일 서울 동대문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대학이 논문 쓰는 게 다가 아니라 기술 사업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사제가 동일한 지분율을 갖고 각자대표를 맡으니 경륜과 패기가 조화돼 효과가 크다”며 손을 맞잡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개발한 내시경 수술 로봇(로즈 플랫폼)이 환자와 의사를 모두 만족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의사는 수술 시간 단축과 부작용 예방, 환자는 흉터 전무, 입원 기간과 비용 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두 사람은 또 공대와 의대, 스타트업과 대학·병원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엔도로보틱스는 대학과는 청년 고용 창출과 투자 수익 환원, 병원과는 연구 협력을 확대해왔다.
로즈 플랫폼은 내시경에 로봇팔(14㎜)과 유연한 케이블을 부착해 환자의 목으로 삽입한 뒤 의사가 2m 밖의 모터를 통해 물리적으로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소화기관과 관련된 위암·대장암·식도암·직장암과 암 이전 선종 단계를 진단하고 복부 절개 없이 병변만을 안전하게 떼어낸다. 이 기술을 로봇화해 상용화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의 전훈재·금보라·최혁순 교수가 현장의 생생한 조언을 많이 해준 것이 주효했다.
앞서 홍 교수는 김 박사에게 석·박사 과정 동안 의대 소화기내과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했다. 창업 이후에는 스승의 네트워크, 사회적 파워, 기술 신뢰도에 제자의 추진력·체력·패기가 합쳐지며 선순환 효과가 났다. 이들은 현재 수술 로봇 1위인 미국의 다빈치 로봇과도 차별화를 꾀해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만 뽑아 원가를 낮추고 생산을 단순화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기존 내시경 진단 장비에 추가로 장착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개최하는 국내 최대 창업 경진 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20’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내시경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인 올림푸스의 글로벌 스타트업 경진 대회에서 톱13에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내시경을 통한 로봇 수술은 한국과 일본에서 발달한 편인데 숙련된 의사의 수작업에 의존해왔다”며 “이제는 로즈 플랫폼을 통해 의사가 수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내시경 수술 도입기에 있는 서구의 의사들에게도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어 “우리 로봇은 의학적으로 위험도가 낮아 허가용 임상시험 면제 대상이지만 글로벌 홍보용으로 내년 1~2분기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내년 7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내시경학회(ENDO 2024)에서 로즈 플랫폼을 활용한 내시경 절제술을 세계 의료진에 생중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전히 복강경 침습 수술에 의존하고 있는 서구권 의사들에게는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인상을 끼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로즈 플랫폼은 이달 중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완료가 기대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내년 허가가 예상된다.
두 사람은 우리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보다 저성장세가 우려된다며 대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학과 연구소의 실험실 창업을 활성화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우수 기술력 외에도 국내외 시장과 고객 수요, 제품, 연구·행정·인허가·마케팅 각 분야의 우수한 인력이 착착 맞아떨어져 개발과 사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며 “글로벌 시장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는 자금도 유치해 비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 벤처 스타트업을 보면 최근 투자 유치가 매우 어려워졌고 도산 위기에 처한 곳도 많다”며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주춤하고 내년 연구개발(R&D) 예산도 큰 폭으로 감축될 예정이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그동안 국민 세금으로 연구비를 많이 지원받았는데 정작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성했다”며 “제자 양성도 충실히 하면서도 대학 창업의 롤모델로 우뚝 서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최근 대학의 학생 창업 숫자가 많은데 퇴로를 찾지 못해 백수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학생 창업의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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