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능을 바꿔 사교육을 줄이는 법

박성규 기자 2023. 10. 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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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드러난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개편안이 오히려 사교육보다 공교육을 통해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분명하게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새롭게 수능 과목에 포함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그 특성상 사교육을 통해 쌓아 올린 실력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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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경상국립대 교수
'통합사회·과학' 융합 사고력 목표
대입개편안에 사교육 경감 기대
불안 여전한 학부모·수험생 존재
'공교육만으로 수능 준비' 설득을
김경모 경상국립대 교수
[서울경제]

6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드러난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가장 공정하게 공교육 12년의 노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여겼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교육과 은밀한 동행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입 개편안 시안을 통해 수능 출제진 자격 강화, 출제 참여 이후 사교육 영리 행위 금지 등 사교육 카르텔 근절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교육 수요가 있는 한 사교육 카르텔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통합형·융합형 과목 체계도 사교육을 증가시키지 않겠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개편안이 오히려 사교육보다 공교육을 통해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분명하게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롭게 수능 과목에 포함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그 특성상 사교육을 통해 쌓아 올린 실력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융합적 사고력 및 논리력 함양을 목표로 하며 학생들은 지식 암기가 아니라 토론과 실험 등을 통해 이를 체득한다. 이것을 어떻게 학원 단기 특강 등으로 대비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진다. 교육부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학생들이 불필요한 사교육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선택과목 간 유불리로 인해 유발되는 사교육은 확실히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진로와 적성에 맞게 수능 과목을 선택한다는 기존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어떤 선택과목이 진학에 유리하고 어느 정도 점수여야 하는지 등 사교육이 안 다루는 정보가 없는 탓에 사교육 의존도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간 사교육 시장은 수능을 ‘복잡하고 전략이 필요한 시험’으로 인식시켜 불안감을 조장해왔다. 그런데 이번 대입 개편 시안은 수능을 간단명료한 체계로 탈바꿈시켰다. 사교육 경감은 물론 수험생들의 관심을 수험 전략이 아닌 ‘학업’으로 회복시키는 묘수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통합과목을 통해 사회·과학의 기초적인 핵심 개념들을 배우고 대학에 진학한다는 부분도 만족스럽다. 그동안 경제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조차도 경제 과목이 아니라 수능 표준점수가 유리한 다른 과목을 선택해 기본기 없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이 통탄스러웠다. 연말에 2028 대입 개편안 확정 시에도 통합사회·통합과학은 반드시 포함됐으면 한다.

이러한 변화에도 여전히 사교육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존재할 것이다. 그럴수록 교육부는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겠다며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 또 새로운 수능 예시 문항을 공개해서 학교 수업을 잘 들으면 잘 볼 수 있는 수능이라는 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동안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했다. 국민의 소득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이유도 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아 올리기 쉽지 않다.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제거하는 것처럼 2028 대입 개편 시안에 포함된 공교육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국민으로서, 부모로서, 학자로서 공교육이 되살아나고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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