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1주일···인물난 겪는 ‘김기현 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겪은 국민의힘이 18일 선거 1주일이 지나도록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당 체질 개선 핵심으로 내세운 혁신위원회는 당 외부 인사들의 잇따른 고사로 위원장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 후임 인사도 이날까지 마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주말까지 마무리하려고 한다”면서도 “속도는 내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국민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도돌이표’라고 그럴 거 아니냐.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비공개 회의를 열고 혁신위원장 인선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아직 어느 분이 유력하다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며 “후보군을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계, 경제계, 학계 등 인사를 추천받아 혁신적 이미지가 있으면서도 당 사정을 이해하는 외부 인사를 위주로 혁신위원장을 찾고 있으나 상당수가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당 밖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당 전·현직 의원 가운데서도 물색 중이다. 당초 오는 19일을 목표로 했던 혁신위원장 발표는 23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 대표가 선거 패배 수습 대책으로 함께 내놓은 총선준비기구 및 인재영입위원회 출범은 혁신위 발족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에 따른 후속 인사도 이날까지 완료되지 않았다. 박성민 의원이 맡았던 전략기획부총장 자리가 마지막 남은 공석이다. 김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이 물러난 사무총장 자리에 친윤석열계·TK(대구·경북)인 이만희 의원을 임명하면서 ‘도로 영남당’이란 비판을 받자 한 충청권 의원을 부총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후 수도권·충청권에서 적임자를 찾고 있으나, 특히 수도권의 경우 현역 의원 수가 적어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윤 선임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재료가 없는데 상을 엄청 푸짐하게 차리라고 한다. 저희도 그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물난은 김 대표 체제 지속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당직 후보로 거론된 한 의원은 “(김 대표 체제가) 거의 쓰러져 가는데 그럴(당직 요청을 수락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서울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졌는데) 서울(이 지역구인) 의원은 하나도 (인선을) 안 하고 다 자기들 마음대로 한다”며 당 지도부가 여전히 경각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에 주어질 권한이 협소할 거란 회의적 전망도 인물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역대로 혁신위가 성공한 적이 극히 드물고, 총선이 임박한 상황이라 당이 곧 총선 체제로 들어가면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등에 주요 권한이 넘어갈 수밖에 없어서다. 내년 1월 초로 예상되는 공관위 구성까지는 약 80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 선임대변인은 “공관위와 혁신위가 동시에 운영될 경우 벌어질 혼선을 생각해 혁신위 활동 기간을 거기에 맞춰 정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지도부에서) 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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