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상처뿐인 12년`-중] "조정은 사적 부분"… 선 긋는 환경부

김수연 2023. 10. 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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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피해자 모른 체… 국회 뒤 숨어 '나몰라라'
'현행 구제법→구제 및 지원법 체재 개정 사참위 권고안 무시
내달 애경 행정소송인데… 안정적 재원 마련 수행도 '미지수'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해기업 간 피해구제 관련 갈등을 중재하는 데에 있어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그동안 뒷짐만 져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18일 국회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 환경보건국장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대응반 책임자(팀장)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불려가 호된 질타를 받았다. 피해구제 문제에 있어 환경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경부는 중재는 커녕 △구제 범위를 넘어선 실질적 피해 지원을 위해 질환 치료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 △아동·청소년 피해자에게 간병비 지급 등 현행 구제법을 '구제 및 지원법' 체제로 개정하라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권고안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환노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사참위의 신속 심사 대상 확대와 피해지원 실시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에 대해, 세부 실천방안 없이 그냥 권고안을 그대로 읊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았다.

환경부가 이처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일부 피해자들은 환경위를 조정위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을 지고 피해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여전히 조정위 권고안 도출에 필요한 자료 제공처로만 역할을 한정짓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정에 관해 법적 근거를 갖고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고 있다"면서도 "조정은 가해기업과 피해자간 사적으로 하는 부분이고, 환경부는 조정위에서 필요로 하는 통계자료를 2021, 2022년에 다 제공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출된 조정안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 의견을 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피해자와 가해기업 간 갈등을 좁히기 위한 중재에 나설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는 법적 근거를 갖고 일을 하는 기관으로서, 중간에 개입해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중재가 필요하다면 이번에 열린 공청회처럼 국회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환경부가 국회 뒤에 숨어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피해구제를 하고 있고, 피해자분들이 사건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원했던 피해인정 범위(해당되는 질병의 범위)를 늘려왔다. 지급되는 구제급여도 확대해 왔다"면서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은 피해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지금 있는 제도를 더 잘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분담금 등 피해구제 재원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역할로 스스로 언급한 '안정적 재원 마련' 수행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해기업 중 애경산업은 2차 분담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옥시 역시 낼 수 있는 분담금을 '이번 분담금까지'로 못박았다. 환경부는 옥시레킷벤키저에 704억원, 애경산업에 100억원의 분담금을 각각 부과했다. 1차 분담금 1250억원은 이미 지난 2월에 75% 이상 소진됐고, 지난 2월 가습기살균제 구제가금 운영위원회는 1250억원의 2차 분담금을 기업들에게 부과했다.

애경산업이 못 내겠다고 한 분담금은 가해기업(특별법에 의거한 18개 사업자)으로부터 징수한 1차 분담금 1250억원 중 75% 이상이 소진되자, 지난 2월 가습기살균제 구제가금 운영위원회가 추가로 부과한 것이다.

이 행정소송과 관련해 환경부가 보이는 자신감은 다소 막연해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판결 결과를 예상해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특별법상으로 재원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내세우는 법적 근거는 특별법 제35조의 2로, 이 조항에는 분담금의 75% 이상이 사용됐을 경우, 정부가 가해기업들에게 추가로 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지난 11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습기살균제 문제와 관련해선 "피해 구제를 더 폭넓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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