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천장 무너져, 한쪽엔 시신 가득” 가자 병원 의사가 전한 참상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지구 북부의 한 병원에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 해당 병원은 공습을 피해 온 주민 수천명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구조 작업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NBC뉴스는 이에 대해 “이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공격 이후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가산 아부 시타 박사는 “당시 수술 중이었는데, 큰 폭발음이 나며 수술실 천장이 무너졌다”며 “이건 학살”이라고 말했다. 이어 “먼지 뒤덮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병원 한쪽에는 시신이 가득했다”고 했다. 그는 폭발로 부상을 입어 지혈대를 착용한 채 다리가 절단된 남성과 목에 파편이 박힌 다른 남성을 치료했다고 한다. 그는 “상황이 긴박해서 의료진들은 쉴 수 없다”고 했다.
이번 공격과 관련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환자를 치료하고 난민을 수용하던 병원에 폭발이 발생한 것에 충격받았다”며 “병원과 수많은 환자, 의료 종사자,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에 대한 이 충격적인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표적이 아니다. 이 유혈사태는 멈춰야만 한다. 더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환자, 의료진, 간병인, 피란민들이 이 병원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며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군의 공습 탓으로 돌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폭발에 대해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 언급하며 3일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도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로 인해 이번 폭발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측은 “작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쐈고, 알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강타한 로켓 발사 실패에 이슬람 지하드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슬람 지하드 측은 “거짓말이자 날조이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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