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FD 연구센터, "연구·특허의 상업화, 창업보육센터가 큰 보탬" [스타트업in과기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입주공간과 멘토링, 네트워킹, 사업화 지원을 제공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스타트업in과기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보금자리로 삼아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aCFD 연구센터는 재능 기부를 위해 설립된 연구소다. 하지만 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개발하는 인력을 구축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지만, 소비 수요를 창출한다거나 실수요자와의 네트워킹을 만드는 것은 다른 얘기더라. 창업보육센터에 바라는 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자동차공학과 명예교수이자 aCFD 연구센터의 연구소장인 김철호 교수를 만나서 나눈 얘기의 일부다. 김철호 연구소장은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육군 제3사관학교 교수사관, LG전자 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96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과 교수로 임용돼 작년 8월까지 교육계에 헌신했다. 물론 명예교수인 지금도 교편을 놓지 않고 유체, 열역학, 자동차 엔진과 관련된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aCFD 연구센터를 설립해 전공 분야의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땅한 지원 필요’
김철호 연구소장이 설립한 aCFD 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연구소로, 고급 전산유체역학(advance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aCFD)을 오픈 플랫폼 형태로 다루는 기술지원 센터다. 자동차나 항공기 설계 등 열유체역학 설계 기술이 사용되는 여러 산업 분야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하고 구현하는 것이 CFD인데, 이에 대한 연구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현재 국내외 13명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해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이 지원하고 있는 분야는 aCFD 연구센터보다는 김철호 연구소장이 직접 개발하고 특허까지 보유한 ‘인공지능 자동개폐 쓰레기통(이하 스마트 빈)’과 ‘전동식 자동볼라드 장치’에 대해서다. 스마트빈에 대한 설명부터 먼저 부탁했다. 김철호 연구소장은 “십여 년 전 우연히 외국 공항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유심히 쓰레기통을 관찰해 보니 모든 이들이 일일이 문을 열고 쓰레기를 투입하고 있더라. 손쉽게 센서만 달면 될 일이라고 생각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쓰레기통에 센서를 달아 자동으로 문을 열고, 목소리로 안내하는 기능과 오존을 활용한 살균 기능, 그리고 내부에 있는 로봇 팔로 쓰레기를 압착하는 기능을 넣었다. 이목을 끄는 제품인 만큼 디스플레이로 광고 수익도 올릴 수 있도록 구상했다. 07년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한국 벤처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했고, 09년에는 지식경제부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BS 아이디어하우머치라는 프로그램에 출품해 기술을 판매하는가 하면, 미국이나 호주 등지로 판매 계약을 성사하기 직전까지 갔었다”라고 배경을 얘기했다.
하지만 기술과 사업이 다른 영역이라는 점이 한계였다. 김철호 연구소장은 “당시에는 산학단이 발달하지 않은 시점이라 샘플 수출로 끝났고, 국내 기업들과의 연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로 미국 빅밸리(Bigbelly)라는 기업에서스마트 빈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과 구성의 쓰레기통을 판매하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 상업적 가능성은 충분했지 싶다”라고 말했다.
“내구성과 상업성 확보한 자동 볼라드, 활로 찾는 중”
볼라드(Bollard)란,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횡단보도나 인도 등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서 있는 기둥들이 볼라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볼라드는 고정식이지만, 군 기지나 경찰서, 대사관 등의 기관에서는 볼라드가 상승·하강하고 차량이나 테러 위협까지 대비할 수 있는 유압식 볼라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유압 볼라드의 경우 가격 단가가 높고, 파손 시 유류 오염 우려가 있는데, 김철호 연구소장이 개발한 전동식 자동볼라드는 스크루에 모터를 달아 오염 우려를 없애고 비용을 줄였다.
김철호 연구소장은 “자동 볼라드가 많이 출시돼 있지만, 다 유압식이다. 그래서 가격 측면에서 저렴하고 유지 보수가 쉬운 전동 방식의 전동식 볼라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12년에 첫 특허를 내고, 2016년에 개선된 버전을 출시했다. 이 기술 역시 상업화를 위해 중소기업과 협약을 맺었지만 회사 대표가 불의의 사고를 겪으며 기업이 청산되는가 하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3년 과제로 예산을 지원받았으나 파트너 기업의 불성실한 참여로 샘플만 완성하고 마무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행히 2020년, 서울과기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및 성과 창출을 목표로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 여기에 상품화 가능한 아이디어로 선발되며 다시 한번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후 김철호 연구소장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가 하면, 10개월간 30초씩 상승 하강을 반복해 28만 번의 내구성 테스트를 완료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볼라드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또 가격 부담도 있어서 아직 상업화에 대한 시동을 걸진 못했다고 한다.
“재능 기부를 위한 노력에 창업보육센터 도움 필요”
결과적으로 김철호 연구소장이 만든 스마트 빈과 전동식 볼라드는 가능성은 확인했으나, 상업화의 어려움을 겪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만 해도 교수가 사업을 할 수 없어서 상업화를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라고 이유를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철호 연구소장은 “창업보육센터는 기업에 대한 본질적인 운영 방식과 홍보 방법을 알려주고, 세무나 교육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교수도 이런 부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상업화의 길에 보탬이 되리라 본다. 물론 내가 창업보육센터에 바라는 부분은 창업자 개인을 위한 도움보다는 재능 기부를 위한 활로나 중소기업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 공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수많은 교수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지만 상품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산업과 학문의 영역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직접 특허를 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이런 부분을 극복한 사례를 만들고 싶다. 또한 aCFD 연구센터의 재능기부를 통해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첨단 설계기술을 도입하고,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사업의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연구소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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