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진상조사위 "尹 의혹보도 왜곡 확인" 봉지욱 "짜맞춘 조사"
지난해 윤석열 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보도 관련
JTBC 진상조사위 "봉지욱, 취재 내용 왜곡 누락"
봉 "한정된 자료로 미리 결론…보도로 반박할 것"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JTBC가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는 내용의 진상조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JTBC가 지난 17일 오후 홈페이지에 공개한 'JTBC 진상조사위원회 중간 결과 보고서'는 JTBC 뉴스룸이 지난달 6일 자사 보도가 왜곡이었다며 진상조사위 구성을 약속하고 사과한 것의 후속 조치다.
JTBC 진상조사위는 이번 보고서에 “조사 권한이 있는 현 JTBC 구성원과 JTBC 서버에 저장된 취재 기록물을 근거로 조사했다”며 “조사 대상 보도가 취재한 내용을 누락하거나 왜곡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했다”고 밝혔다.
JTBC 진상조사위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기사는 <[단독] 대검 중수부 처벌 피했던 '대장동 자금책'… 정영학 녹취록서 등장>(2022년 2월21일), <계좌 압수수색하고 미입건…조우형 “대장동 묻지도 않아”>(2022년 2월21일), <[단독] 대장동 자금책 측근들 “검사가 타준 커피… 영웅담처럼 얘기”>(2022년 2월28일) 등 대선 직전인 지난해 2월 보도된 리포트 3개다.
모두 봉지욱 전 JTBC 기자 보도다. 봉 기자는 지난해 10월 JTBC를 퇴사해 현재는 뉴스타파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보고서 요지는 봉 기자가 보도 4개월 전인 2021년 10월,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세 차례 인터뷰하고도 “대장동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선 다른 뇌물사건 협조 요청만 받았다”, “윤석열 검사는 만난 적 없다”는 내용의 조씨 입장을 보도에서 배척했다는 것이다.
봉 기자 리포트는 지난 대선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대장동 수사에 관한 것으로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인 조우형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법조 로비로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골자다.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인척인 조씨는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수사 때 김만배씨를 통해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소개받았다. 저축은행 수사 주임 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었다. 대검 중수부 수사 땐 입건되지 않았던 조씨는 4년 후인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 땐 구속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20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봉 기자는 지난해 2월21일 보도에서 '대장동 일당'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2021년 11월 검찰 진술을 전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은 김만배씨가 조우형씨에게 “오늘은 (검찰에) 올라가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면 된다”고 했고 조씨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실제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고 첫 조사와 달리 잘해줬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봉 기자는 이 기사에서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적시했는데, 남 변호사도 2021년 11월 검찰에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임검사가 믹스커피도 타줬다”고 주장했다.
JTBC 진상조사위는 보고서에 “조씨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 없다'고 했는데 (봉 기자는) 커피를 타주고 잘해준 주임검사가 윤석열이라고 보도했다”며 “조씨는 '계좌 압수수색은 2012년 풍동개발을 수사한 중앙지검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봉 기자는) 윤석열 검사가 속해 있던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계좌를 압수수색하고도 대장동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JTBC 진상조사위는 봉 기자가 소속돼 있던 JTBC 사회탐사팀이 조씨 인터뷰를 당시 사회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조씨가 인터뷰에서 2012년 중앙지검으로부터 계좌 압수수색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봉 기자가 '2012년'을 잘라내고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계좌 압수수색을 하고도 대장동 수사를 하지 않은 것처럼 짜깁기했다는 점 등도 확인했다며 보고서에 밝혔다.
JTBC 진상조사위 중간 보고서 결론은 지난해 2월 봉 기자가 주도한 윤 대통령 의혹 보도가 조씨 인터뷰와 조서를 누락한 왜곡 보도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사과 방송 때와 같이 봉 기자 반론은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JTBC 진상조사위는 “퇴사자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대장동 수사기록 출처, 왜곡과 누락에 대한 의도성 등은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계를 시인했다.
봉 기자는 18일 통화에서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차차 반박할 것”이라며 “조씨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조사 때 입건도 되지 않았다. JTBC가 한정된 자료로 결론을 미리 내리고 끼워 맞춘 조사 결과를 내놨다”고 반박했다.
봉 기자는 “조씨는 2014년 (대장동 대출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땐 대검 중수부가 자신의 계좌를 압수수색했다고 진술했다”며 “JTBC나 검찰은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계좌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데, 조씨뿐 아니라 조씨 사촌형인 이철수씨 등도 그때 다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JTBC는 17일 봉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봉 기자는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포렌식 조사 참관을 위해 검찰에 출석하며 “JTBC가 검찰과 사전 기획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봉 기자가 JTBC 재직 당시 대선개입을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했다고 의심하며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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