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려는 지도부·흔들려는 비주류…정의당 ‘내홍’

탁지영 기자 2023. 10. 18. 17: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안신당 모임 “진보의 우산보다 확장해 결집해야”
정의당 의견그룹 ‘대안신당 당원모임’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년 총선 전망과 정의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있다. 대안신당 당원모임 제공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에 휩싸인 정의당 내부에서 재창당 노선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주류 정파는 이정미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이어 공개 토론을 열고 재창당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녹색·노동을 주요 기조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자강론을 재창당 노선으로 세웠다. 오는 11월 당대회까지 버티려는 지도부와 이를 흔들려는 비주류 정파 간의 기싸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의당 의견그룹 ‘대안신당 당원모임’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년 총선 전망과 정의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대안신당은 박원석 전 의원, 배복주 전 부대표 등 전직 의원 및 지도부 출신과 일부 지역위원장이 모인 그룹이다.

발제자로 나선 배 전 부대표는 “정의당이 그동안 해왔던 익숙한 관행, 방식, 태도와 과감히 결별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라며 “진보의 우산보다 더 확장된, 기득권 양당 정치를 극복하는 대안의 우산 아래로 결집하고 싸울 수 있도록 정의당이 공간을 열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세 확장을 위해 진보정당 등 진보 세력과만 연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고 지향하는 가치가 최소한이라도 맞다면 최대한 열어놓고 논의해보자는 뜻이다. 배 전 부대표는 “평등과 존엄의 가치를 지향하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넓은 정치적 견해와 다양성을 포괄하는 대안정당을 만들어야만 현재 정치구도를 균열낼 수 있다”고 했다.

오현주 정의당 서울 마포구 지역위원장은 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서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는 데만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정치 기반을 넓히기엔 폭이 좁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녹색당을 만나서 녹색을 덧씌우는 방식으로만 (재창당 방향을) 고민하는 게 답답하다”며 “기후시민이라는 게 기후행진 집회에 나오는 시민만을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쓰레기 소각장으로 몸살 앓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박 전 의원도 “정의당 내년 총선 출마자가 20명이 안 된다. 현직 의원을 포함해 17명 정도”라며 “20대·21대 총선이 아무리 어려웠어도 출마자가 50명을 밑돈 적 없다. 녹색당이나 일부 노동세력을 보완하면 50명이 되나. 그런 면에서 당 지도부에서 얘기하는 자강이 실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이 중앙 정치에 치중하느라 지역 정치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37명의 지방 의원을 배출한 정의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고작 9명만 당선됐다. 경북 경산시의원을 3번 한 엄정애 대구·경북 혁신모임 대표는 “지역 의제가 담긴 당 현수막이 있나. 이재명과 윤석열의 싸움에 관한 것만 있지 않나”라며 “재창당 방안 중 지역순환경제 비전 말고는 지역기반 구축을 위한 지역정치 전략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도 “‘내년 총선에서 3% 넘으면 대략 비례 의석은 몇 석 정도 얻겠지’라며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당의 모습에 지역 활동가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대안신당모임의 노선 전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 지도부가 11월19일 당대회까지는 자강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에서 “다시 또 원점에서 논의하기보다 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 당인지 일차적으로 세워놓은 다음에 유연한 방식의 선거연대나 연합에 대해 충분히 더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안신당모임은 조만간 전국 지역위원장 비상회의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당내에선 오는 22일 열릴 녹색당 전국위원회도 주목하고 있다. 정의당과 내년 총선에서 선거연합정당을 어떤 방식으로 꾸릴지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녹색당이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정의당 지도부와 비주류 정파 간 노선 갈등이 또 한 번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당대회까지 녹색당과의 선거 연합 등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