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에 라니냐까지…"내년 겨울 애그플레이션 온다"

이지현 기자 2023. 10. 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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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생한 엘니뇨 영향으로 전 세계가 이상 고온 현상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 엘니뇨가 연말에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내년 겨울에는 라니냐 현상까지 이어지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곡물 가격이 올라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KB금융연구소는 오늘(18일) '다시 시작된 엘니뇨, 뜨거워지는 지구' 보고서를 냈는데, 이 내용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내년 겨울 라니냐 영향으로 곡물 가격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길어지는 엘니뇨…슈퍼 엘니뇨 발생 확률 25%



엘니뇨는 해수의 대류 활동이 느려지면서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걸 말합니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넘게 이어지면 엘니뇨라고 보죠.

올해는 6월부터 엘니뇨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뜻한 바닷물의 영향으로 지구는 이상 고온을 겪게 됩니다. 중남미 지역은 폭우와 홍수가, 동남아시아나 인도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이상기후를 불러오는 엘니뇨가 올해는 겨울까지 이어지면서 장기화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 현상이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확률이 90%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엘니뇨가 앞으로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56%에 달하고,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도 25%에 이른다고 전망했죠.

슈퍼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입니다.

국립대구과학관에 있는 엘니뇨 현상을 나타내는 SOS시스템. 〈사진=연합뉴스〉

설탕·원두 가격 출렁



엘니뇨가 길어지고 슈퍼 엘니뇨까지 발생하면 기후 변화의 문제도 나타나지만 생활 물가도 오르게 되는데요.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설탕과 커피입니다.

원당 주요 수출국인 인도에서는 가뭄이 발생해 사탕수수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난 2015~2016년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원당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설탕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물가도 상승하는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이 발생했죠.

장경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시 빵, 과자, 음료수 등 설탕이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면서 "즉석식품, 탄산음료, 밀가루, 맥주에 이어 설탕류는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항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설탕 가격 상승이 생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파키스탄의 사탕수수 거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커피 가격도 걱정입니다. 고온 건조한 기후 때문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원두 수확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죠.

장 연구위원은 "특히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Robusta) 원두가 주로 생산되는 인도네시아에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년엔 라니냐 온다…"곡물 가격 오를 것"



문제는 설탕과 원두뿐 아니라 내년에는 곡물 가격 전반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내년 겨울에 발생하게 될 라니냐의 영향인데요.

브라질의 농작물 수확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합니다.

라니냐는 엘니뇨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올해 엘니뇨가 지난 뒤 내년에는 라니냐가 발생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남미에는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는 폭우가 내리는 이상 기후가 나타나죠.

북반구에서는 라니냐가 겨울철에 발생합니다. 하지만 남미 지역에서는 곡물의 성장기와 추수기인 여름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라니냐가 남미 지역 곡물의 성장과 수확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겁니다.

장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남미 곡물 수출량이 미국을 추월하면서 글로벌 곡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했다"며 "라니냐로 인한 남미의 피해는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과 직결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 남미 지역에서 라니냐 영향으로 기상 이변이 나타날 경우 남미 곡물 수출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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