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민은 무조건 옳다, 비판에 변명 안 돼”…국정 메시지 방향 전환 시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날 ‘반성’을 언급한 데 이어 여당 지도부와 만나 민생을 위한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이 민생과 반성을 화두로 국정 메시지 전환에 착수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와의 만찬에선 “(통합위의 활동과 정책 제언이)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성’이 선거 패배와 연관된 메시지인지를 두고 “정치에서는 ‘민심은 천심이다, 국민은 왕이다’라고 늘 새기고 받드는 지점이 있다”면서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이념과 국가 정체성 확립을 내세워 비판 여론을 ‘반국가세력’의 가짜뉴스로 못박아 ‘대결 정치’를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거 참패를 계기로 일단 국정 메시지 차원에서는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참패 뒤 지난 일주일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메시지는 민생과 당·정 소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날 열린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에서도 민생을 위한 당·정 소통 강화가 주로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4역과의 오찬에서 당·정 소통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오찬에는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근 새로 임명된 이만희 사무총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여당은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등 선출직을 제외한 주요 임명직 당직자를 교체했다.
김 수석은 “지금 어려운 국민들, 좌절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당과 대통령실은 국민들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겨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당·정 정책소통을 더 긴밀히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당·정 정책 소통 강화 방안으로 우선 고위 당·정회의를 주1회 정례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사무총장은 국회 브리핑에서 “그간 현안 위주로 비공식·비공개·비정기적으로 열린 고위 당·정 회의를 주 1회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 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당은 민생 정책을 당이 적극 주도하겠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1시간30분 가량 오찬을 함께 한 뒤 대통령실 앞 어린이정원을 산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날 국민통합위 만찬에서 여당 지도부를 만난 뒤 다시 오찬한 것을 두고 “분골쇄신해 민생을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메시지 전환 이후의 숙제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스스로 말이 아닌 정책과 인사 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국민 우선’ 기조를 증명해야 한다. 이념을 앞세운 일방주의 국정운영이 아니라 민생을 중심으로 한 소통과 타협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도 윤 대통령의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 주문에 맞춰 ‘김기현 체제’를 재안착하는 게 우선 과제다. 여권 일부에서 현 체제 유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제기된다. 내년 총선 공천이 본격화하면 내부 갈등은 더욱 노골적으로 분출될 여지가 많다.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어젠다 발굴, 야당과의 통합 정치 행보 추진 여부도 과제로 꼽힌다.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 입장이 엇갈리는 구체적 사안을 두고 여권의 ‘비판 수용’ 방향 전환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시험대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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