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 트리플크라운… '홈런+타점왕' 노시환-'타격+최다안타왕' 손아섭[2023시즌 결산④]

이정철 기자 2023. 10.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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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3시즌 정규리그가 종료됐다. 수많은 타이틀홀더도 배출됐다. 올 시즌 투수와 타자 개인 타이틀엔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다. NC 다이노스의 '에이스' 에릭 페디가 KBO리그 최고 투수로 올라서며 대기록을 남겼고 한화 이글스의 노시환이 새로운 홈런왕으로 등장했다.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SSG 랜더스-두산 베어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전이 펼쳐졌다. 2023시즌 KBO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다.

에릭 페디. ⓒ연합뉴스

KBO리그를 지배한 페디, 그리고 박영현과 서진용의 출현

정규리그 종료 후, 타이틀홀더의 주인공들도 가려졌다. 마운드에선 페디가 압도적이었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180.1이닝 동안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4탈삼진을 기록했다. 1986시즌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만에 20승-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페디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상 외국인 투수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 선수로 범위를 넓혀봐도 2011년 윤석민 이후 12년만에 트리플크라운이다.

페디의 호투 비결은 KBO리그에 생소한 '스위퍼'에 있었다. 페디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슬러브성 구질을 구사했다. 횡적인 움직임이 빠르게 일어나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한 스위퍼로 불렸다. 이 구질은 KBO리그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여기에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투심패스트볼도 구사해 KBO리그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압도적인 투구를 앞세워 페디는 1점대 평균자책점도 노렸다. 하지만 16일 KIA 타이거즈전 6회말 2사 후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손 팔을 맞으며 무산됐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페디는 평균자책점 1.9963을 기록했지만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반올림하는 KBO 규정에 따라 2.00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 타자를 더 잡지 못하고 2010시즌 류현진 이후 13년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페디의 2023시즌은 위대한 여정이었다.

선발투수에서 페디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면, 불펜에선 kt wiz의 박영현이 홀드왕을 거머쥐었다. 2년차 시즌을 맞이한 박영현은 묵직한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앞세워 kt wiz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kt wiz는 박영현의 활약 속에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벗어나 2위까지 질주했고 박영현은 3승2패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생애 첫 홀드왕을 차지했다.

구원왕은 SSG '클로저' 서진용의 몫이었다. 서진용은 지난해 21세이브를 기록하며 SSG의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에는 더욱 농익은 모습을 보여줬다. 9회에 올라와 제구력이 흔들려 주자들을 내보내더라도 주무기인 포크볼로 삼진을 잡으며 세이브를 올렸다.

서진용은 특히 지난 8월27일 두산전 블론세이브 전까지 '노블론' 행진을 펼치며 세이브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서진용은 결국 40세이브를 올리며 생애 첫 구원왕에 올랐고 SSG의 올 시즌 정규리그 3위를 견인했다.

노시환. ⓒ스포츠코리아

노시환, KBO리그 새 홈런왕-타점왕… 손아섭, 타격왕-최다안타왕 동시 석권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투고타저' 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타자들의 홈런이 줄어들었다. 거포라고 불리던 타자들도 타석에서 고개를 숙이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홈런수를 대폭 늘린 타자가 있다. 바로 노시환이다. 장종훈-김태균에 뒤를 이어 한화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됐던 노시환은 2022시즌 홈런 6개에 머물렀다. 2021시즌 18홈런을 때려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진한 수치였다.

하지만 노시환은 2023시즌 초반부터 홈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영입생' 4번타자 채은성 앞, 3번타자로 배치된 것이 특효약이었다. 노시환은 시즌 초반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덜 받았고 과감하게 들어오는 상대 투수들의 공을 담장 밖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노시환은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43타석 연속 무안타 부진에 빠졌다. 자칫 잘못하면 급격히 페이스를 잃고 주저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노시환은 이 시련을 견뎌낸 뒤 더욱 단단해졌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차출됐음에도 불구하고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30홈런도, 100타점도 올 시즌 KBO리그에서 달성한 사람은 노시환 뿐이었다. 노시환이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노시환은 장종훈, 김태균에 이어 한화 소속으로 홈런왕에 등극한 역대 3번째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2008년 김태균의 홈런왕 이후 15년만이다. 특히 만 23세 이하 나이로 한 시즌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한 KBO리그 역대 4번째 선수로 이름을 새겼다. 앞서 장종훈, 박재홍, 이승엽만이 이 기록에 도달했다.

'유망주' 노시환이 알을 깨고 장타를 뿜어내며 KBO리그 홈런, 타점왕에 올랐다면 '베테랑' 손아섭은 부활을 알리며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NC 유니폼을 입고 타율 0.277에 그쳤던 손아섭은 올 시즌 초반부터 정교한 타격을 살리며 안타를 적립했다.

손아섭. ⓒ스포츠코리아

손아섭은 고타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타격왕 경쟁도 펼쳤다. 결국 타율 경쟁에서는 타율 0.339로 구자욱(0.336)에게 승리를 거두고, 최다안타 경쟁에서는 187안타로 김혜성(186안타)을 따돌렸다. 이로써 손아섭은 개인 커리어 통산 첫 타격왕, 4번째 최다안타왕을 거머쥐었다. 은퇴한 LG 트윈스의 레전드 이병규와 더불어 가장 많이 최다안타왕을 차지한 선수로 우뚝 섰다.

노시환과 손아섭이 2관왕을 차지한 가운데, LG의 리드오프 홍창기도 득점(109)과 출루율(0.444)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장타율 부문에서는 SSG의 최정이 0.548로 노시환(0.541)을 제쳤다. 두산의 정수빈은 39도루로 커리어 첫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수많은 투수와 타자의 맞대결 끝에 종료된 2023시즌. 타이틀홀더의 주인공들도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남기며 타이틀을 차지했다. 가장 빛났던 별은 마운드에서 페디, 타석에선 노시환, 손아섭이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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