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루스벨트의 대화법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한 TV 기상 캐스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상 캐스터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들이 왜 날씨만 나쁘면 저를 비난하죠? 홍수 때는 협박 편지까지 받았어요. 비를 그치게 하지 않으면 당장 저를 쏴 죽인다고 하더군요." 치알디니는 그에게 옛 페르시아군 전령 얘기를 해주었다. 페르시아군이 전쟁에서 이기기를 가장 간절히 바란 이가 전령이라고 했다. 패전 소식을 들고 궁전에 가면 당장 목이 잘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불쾌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본성이 있다.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왕이 패전을 전한 전령을 처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불쾌한 소식을 들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라는 전투에서 졌다는 소식이다.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태도 탓에 선거에서 졌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윤 대통령도 사람이다. 그런 소식을 말하는 이가 불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가의 리더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참모들과 국회의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국정 운영을 개선해 보궐선거보다 몇 배나 중요한 내년 4월 총선을 이길 수 있다. 그 반대로 대통령이 인간 본성에 굴복해 귀에 거슬리는 말에 불쾌해한다면 참모들은 입을 닫을 것이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대화법을 참고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루스벨트는 참모가 의견을 내면 일단 동의부터 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나와 같은 의견이구나'라며 안심했다. 더욱 솔직하고 대담하게 자기 의견을 대통령 앞에 내놓게 됐다. 루스벨트는 그렇게 들은 의견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했다. 나중에 참모 중 일부는 그 결정에 놀라기도 했다. 그제야 대통령이 자기 생각과 반대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18일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 비판을 대통령에게 전할 통로는 결국 참모다. 그가 루스벨트처럼 참모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를 바란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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