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신경영 30주년, '다 바꾸자'는 메시지 지금도 유효하다 [사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임직원 200여 명을 모아놓고 초일류기업에 도전하자는 담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로 대표되는 삼성 신경영의 시작이다. 이건희 신경영의 핵심은 '양(量)에서 질(質)'로의 전환이다. 당시 세계 일류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은 신경영 선언 이후 조직과 제도, 경영 방식을 모두 바꾸는 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신화를 쓸 수 있었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의 변화는 다른 기업은 물론 한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경제 도약에 크게 기여했다.
이건희 회장 3주기와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으로 18일 열린 학술대회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과 지도력을 조명했다. 참석자들은 '통합적 사상가'(로저 마틴 토론토대 교수) '르네상스인'(김상근 연세대 교수) '가능을 넘어선 창조의 리더십'(스콧 스턴 MIT 교수)이라는 표현으로 이 회장을 평가하며,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경영을 현시점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경영이 과거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은 '다 바꾸자'는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을 포함한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 상황은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했던 30년 전보다 오히려 더 절박한 상황이기도 하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하고 있고, 안보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 공급망 재편과 동시에 숨 가쁘게 진행되는 기술혁신은 산업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적 금융 긴축으로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저출산·고령화로 한국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국가와 기업 모두 과거의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 회장이 '사류'라고 언급했던 정치, 낡은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에 신음하는 경제, 이념 논쟁과 양극화로 갈등이 심해지는 사회 모두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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