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의 기적, '스이카 게임' 해보셨어요?
지난 2021년에 출시 후 소리소문 없이 묻힌 게임이 최근 갑작스레 역주행을 시작했다. 닌텐도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판매량 100만을 돌파했다.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은 게임이다.
기적의 역주행 주인공은 닌텐도 '스이카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직역해서 수박 게임으로 부른다. 총 11종의 과일 중 같은 두 개를 합쳐 상위 과일로 만들고, 이를 최종 등급인 수박으로 키워내는 간단한 구조의 퍼즐게임이다.
평범해 보여도 성과는 대단하다.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스이카 게임은 닌텐도 e숍 월간 소프트 다운로드 랭킹 1위를 달성했다. 지난 6일에는 다운로드 콘텐츠 누적 판매량 100만을 돌파했다.
한국 콘솔게임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P의 거짓' 판매량과 맞먹는 수치다. 글로벌 출시가 아닌 일본 내수 게임인데도 말이다. 스이카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닌텐도 계정의 프로필 국가를 일본으로 변경해야 한다. 게이머들은 이런 수고까지 감수한다.
■ 스이카 게임 열풍 불러온 인터넷 방송
닌텐도조차 출시한지 잊었을 법한 게임이 역주행을 시작하자 지난 13일 공식 X(전 트위터)에서 스이카 게임을 다시 홍보하기 시작했다. 닌텐도는 "출시 2년만에 인터넷 방송에서 큰 화제가 되며 인기몰이 중"이라고 소개했다.
출퇴근 시간 닌텐도 스위치를 즐기는 사람들의 화면을 언뜻 보면 스이카 게임을 하는 사례가 정말 많다. 역주행 열풍이 한국까지 당도한 게 체감되는 순간이다. 스이카 게임을 어떻게 다운 받는지 물어보는 기자의 지인도 꽤 많다.
역주행의 시발점은 인터넷 방송이다. 정확히 어떤 스트리머, 혹은 유튜버가 최초로 스이카 게임을 방송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닌텐도가 언급했듯이 인기몰이 시작이 인터넷 방송임은 분명하다.
스이카 게임은 10월 트위치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카테고리 28위에 올랐다. 일일 평균 시청자가 1만8700명이다. 전달 대비 평균 시청자 수가 328%나 상승한 수치다. 9월 초까지는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지난 주말 한국에서도 스트리머 스이카 게임 대회가 열릴 정도로 성행이다. 저녁에 트위치를 키면 종합 게임 스트리머 위주로 팔로우한 기자의 스트리머 목록 절반 이상이 스이카 게임 방송을 켤 정도다.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고 하나 둘 시작한 스이카 게임이 입소문을 타고 번져 이제는 하나의 대세 게임이 됐다. 비록 출시한지 2년이나 지난 게임이지만 2023년을 대표하는 퍼즐게임이 됐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 과일을 쌓고 합쳐 수박을 만드는 간단한 게임
역주행의 근간은 '단순함', 특유의 물리엔진으로 발생하는 '변수' 덕분이다. '실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 '억까'의 상황과 방송인의 반응, 그리고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삼박자가 제대로 맞물렸다. 240엔(약 216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한몫한다.
스이카 게임에는 총 11개의 과일이 있다. 각 과일은 등급이 있고, 두 개의 과일이 만나면 합체하여 다음 등급의 과일이 되는 식이다. 체리, 딸기, 포도. 귤, 감, 사과, 배, 복숭아, 파인애플, 멜론, 수박 순이다.
상자 밖으로 과일이 나가지 않는 선에서 과일을 계속 합치면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게 목표다. 높은 등급의 과일이 완성될 때마다 더 많은 점수를 얻는다. 점수를 누가 더 많이 얻는지를 겨룬다.
■ 무수한 억까와 성취감이 만들어 낸 희대의 갓겜
과일은 실제 바구니에 담긴 과일처럼 경사에 따라 좌우로 구른다. 이때 무언가 살짝 부족한 물리엔진으로 인해 온갖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점이 스이카 게임 재미의 백미다.
더욱 재밌는 점은 크기에 관계없이 모든 과일의 질량이 같은 판정이라는 사실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체리나, 수박이나 옆에 있는 과일을 밀어내는 힘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이는 합쳐지는 순간에도 적용돼 간혹 옆에 있던 과일이 하늘로 치솟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위 움짤처럼 말도 안 되는 억까의 상황이 연출된다. 혹자는 "플레이어의 실력과 무관한 상황으로 인해 패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억까가 스이카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팀탓'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된다. 롤도 패배의 원인을 실력이 아닌 남탓으로 치부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설계와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오직 실력만이 게임의 결과를 판가름했다면 역주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운 없어서 망했다"하면서 훌훌 털고 다음 판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 스이카 게임의 매력이다.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를 뚫고 수박을 만들어 냈을 때의 '성취감'은 여타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몰입감이 상당하여 밤새 스이카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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