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억압하지마" 자유·파격의 샘 스미스 무대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0.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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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팝스타 5년만에 내한
KSPO돔서 100분 동안 열창
관객 '언홀리' 떼창하며 화답
내한 무대에 선 팝스타 샘 스미스. AEG프레젠트

"너 자신을 드러내, 스스로 억압하지 마." 팝스타 샘 스미스는 무대 위에서 이런 가사와 함께 몸을 쓰다듬고, 요염한 춤을 췄다. 선배 가수 마돈나의 1994년 곡 '휴먼 네이처'를 부르면서다. 댄서들이 들러붙어 멋대로 만지고 사진을 찍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망사스타킹과 티팬티만 입은 채로, 살찐 복부와 엉덩이도 거리낌 없이 흔들었다.

스미스는 올해 초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 곡 가사 중 또 다른 부분을 인용해 "안 미안해, 이게 인간 본성이야"라고 받아친 바 있다. 마돈나 역시 과거 유사한 논란에 직면한 뒤 이 노래로 정면 돌파했었다.

5년 만의 내한 공연 '글로리아 더 투어'로 지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무대에 선 스미스는 이처럼 경계를 깨고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사랑'과 '미'를 주제로 적나라하고 파격적인 무대를 꾸몄다.

투어 제목인 '글로리아'는 '영광'을 뜻하는 라틴어인 동시에, 남다른 투지가 필요한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찬사다. 스미스는 2019년께 본격적으로 성 정체성을 '논바이너리'(남성도 여성도 아닌 사람)로 규정하면서 스타일을 확 바꿨다. 앞서 한 인터뷰에선 "'글로리아'는 나에게 '계속 가라, 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 안의 투사 같은 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관객들에게도 "여러분이 오늘 밤 자유를 가져갔으면 한다"며 "마음껏 일어나 춤추고, 서로를 사랑하자"고 했다.

스미스의 파격은 차림새에서 특히 돋보였다. 앞선 망사스타킹은 그 절정이었다. 100분 동안의 공연에서 열 종류의 장착을 선보였다. 189㎝의 거구 위에 셔츠·넥타이와 금빛 코르셋, 치렁치렁한 레이스 블라우스, 풍성한 핫핑크 드레스, 카우보이모자 등 다양한 아이템을 착용했다.

첫 곡은 2014년 발표한 후 그래미상 2관왕 등에 빛나는 인기곡 '스테이 위드 미'였다. 연달아 '아임 낫 디 온리 원' '라이크 아이 캔' 등 떼창이 터져 나왔다. 감미로운 가창력을 뽐낸 발라드곡 '레이 미 다운' '러브 고즈' 등과 클럽에 온 듯 분위기를 끌어올린 '김미' '아임 낫 히어 투 메이크 프렌즈' 등 무대에서 눈을 뗄 새가 없었다.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후반부터 휘몰아쳤다. 특히 곡 '래치'를 부르던 도중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머리 위로 휘두르더니 댄서들과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춤을 췄다. 관능적이고 야한 몸짓은 외설적이라기보다 당당해 보였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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