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강소연구특구 “GRaND-K 육성, 모범 의료·바이오·딥테크 클러스터로”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일대를 ‘홍릉’이라 부른다. 대한제국의 초대 황제 고종과 명성황후의 합장릉이 있던 이 곳에, 지금은 우리나라 유수의 연구 기관과 대학들이 모였다. 이들은 힘을 합쳐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일 의료·바이오 기술의 연구 개발과 스타트업 창업을 이끄는 조직 ‘홍릉강소연구특구’를 세웠다. 출범 4년차를 맞은 홍릉강소연구특구는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딛고 세계 수준의 딥테크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계획을 세웠다.
지난 10월 10일, 서울 성북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에서 오디션 형태의 창업지원 프로그램 ‘GRaND-K 창업학교’ 3기 결선 대회의 시상식이 열렸다. 딥테크 기술창업을 유도하고 연관 스타트업 발굴·성장을 목표로 한 이 프로그램은 올해 3년차를 맞았다.
GRaND-K 창업학교는 홍릉강소연구특구사업단과 KIST를 주축으로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등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가꾸는 프로그램이다. 딥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기업 진단과 맞춤형 멘토링 등 체계 잡힌 지원을 건넨다. 투자 기관도 29곳 참가해 소속 스타트업의 자금 갈증을 달랜다.
덕분에 GRaND-K 창업학교는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지난해 선발한 2기 스타트업 63팀은 기술을 앞세워 총 126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았다. 이를 딛고 100억 원 이상의 시리즈 B 투자금 유치를 마친 스타트업도 나왔다. 우리나라 전국 특구 소속 스타트업들이 겨룬 ‘연구개발특구 혁신기업 통합 IR’에서 2기 스타트업 큐어버스는 기술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네오켄바이오는 최우수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GRaND-K 창업학교 3기에는 유망 스타트업 112팀이 지원했다. 선발된 68개 팀은 6주간 창업 교육과 투자기관으로부터의 1:1 멘토링, 비즈니스모델 고도화 교육을 받았다. 이 가운데 홍릉투자기관협의회가 선발한 20팀(초기창업 트랙 10팀, 예비창업 트랙 10팀)이 저마다의 비즈니스모델과 운영 계획을 알린 현장이 이번 결선 대회였다.
초기창업 트랙 대상을 받은 스타트업은 ‘어스폼’이다. 버섯균사체, 농어업 부산물로 생분해성 포장 혹은 완충재를 만든다. 이들의 제품은 땅에 묻으면 50일 안에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을 만들지 않는다. 이미 제품 4종을 양산 중이며 올해 안에 이를 판매 예정이다.
초기창업 트랙 최우수상 스타트업 ‘뷰전’은 PLDC(Polymer Dispersed Liquid Crystal) 스마트 윈도우를 만든다. 기존 제품과 달리 평상시에는 투명하게, 전기를 흘리면 불투명하게 설계 가능해 건축과 차량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이미 미국과 일본, 베트남과 프랑스 등에 지사를 마련해 세계 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초기창업 트랙 우수상은 ▲인공지능 빔프로젝터 터치 시스템 개발사 ‘에이치디엠’ ▲양자통신용 장비와 양자 네트워크 기업 ‘큐심플러스’가 각각 받았다. 피부질환 치료용 바이오 소재를 연구하는 ‘위튼컴퍼니’와 난치성 근육 및 노화 치료제 개발사 ‘마이오펫’, 건설기계용 자동 오일 연결 링크 개발사 ‘기린’도 장려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예비창업 트랙 대상은 ‘트루픽셀’이 차지했다.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무인 기술 구축에 필수인 고해상도 라이다 센서를 연구한다. 이들은 고성능 단광자 센서 원천 기술을 토대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과 협업, 고해상도 라이다 센서 보급을 이끌 포부를 밝혔다.
예비창업 트랙 최우수상 스타트업 ‘사이알바이오’는 희귀난치성 질환 ‘쉐그렌 증후군’을 앓는 환자의 구강건조증을 치료할 신약을 만든다. 고려대학교 임상교수가 세운 기업으로, 범부처 재생의료사업단 과제 수행 경력을 토대로 2025년 상반기에 복합 세포 치료제의 임상 시험 승인을 받는 목표를 세웠다.
‘솔루션’과 ‘리얼드로우’는 각각 신경퇴행성질환 진단과 관리 솔루션, 인공지능 고품질 웹툰 제작 사업을 발표해 예비창업 트랙 우수상을 받았다. 인공지능 오디오북 개발사 ‘오드북스’와 B2B 영업 및 구매 매칭 서비스 기업 ‘풀릭스’, 인공지능 통합 물류 플랫폼 기업 ‘하이로지스’도 장려상을 받았다.
세계 주요 의료·바이오 클러스터는 다른 정보통신기술 클러스터와의 융합, 연합을 시도해서 발전을 꾀한다. 의료·바이오 기술을 고도화하고 활용 범위를 넓혀 더욱 풍부한 가치를 만들 목적에서다. 의료·바이오 헬스케어의 대명사인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가 정보통신기업을 적극 유치, 차세대 산업의 주축이 될 딥테크 창업 도시로 발전한 것이 사례다.
홍릉강소연구특구는 서울의 첫 의료·바이오 헬스케어 클러스터로, KIST는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 국가연구기관으로 각각 잘 알려졌다. 이들은 ‘딥테크’라는 공통 분모 위에 각자의 장점을 이식해 GRaND-K를 세계급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으로, 홍릉강소연구특구를 선진 딥테크 스타트업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려 한다.
이를 위해 홍릉강소연구특구와 KIST는 우선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 기반을 닦는다. 홍릉 일대에 자리 잡은 연구원과 대학교, 의료 시설과 연구 기관을 한 데 모아 스타트업 창업자 누구나 자신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도록 도울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으로 스타트업 360여 곳이 홍릉에 뿌리를 내렸다.
이어 홍릉강소연구특구와 KIST는 육성 스타트업과 세계 주요 기업과의 협업, 투자금 유치를 적극 주선한다. 이미 홍릉강소연구특구 스타트업 가운데 큐어버스와 네오켄바이오, 이마고웍스와 시프트바이오 등은 세계 유수의 대기업과 손을 잡고 성장 중이다. GRaND-K로 유망 스타트업의 창업을 돕고 성장을 지원한 다음, IPO와 M&A 사례를 늘려 유니콘 스타트업을 만들 계획도 세웠다.
정부 기관도 이들의 활동을 도울 계획이다. 올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각각 홍릉강소연구특구를 방문해 의료·바이오 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산학연과 병원, 금융 기관 등 풍부한 기반에 유망 스타트업까지 가진 홍릉강소연구특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첨단바이오산업 육성 전략,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경제 2.0 계획에 힘을 실을 유력한 파트너로 꼽힌다.
홍릉강소연구특구 관계자는 “의료·바이오에 딥테크 스타트업까지 다루는 클러스터로 성장해 서울 홍릉 일대를 세계 산업계의 메카로 발돋움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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