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더 걱정"…과학계 `대형연구장비` 운영 비상
내년 정부 R&D 예산 축소와 전기요금 인상 기조가 맞물리면서 많은 전기를 쓰는 국가 대형연구시설·장비 운영을 걱정하는 과학기술계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전기요금이 지난해 여름 대비 평균 30% 오르다 보니 일부 연구기관이 전기료를 내지 못해 대형 연구장비를 단축 운영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구현장에서는 내년 R&D 삭감과 출연금 축소,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인상 등이 줄줄이 현실화되면 가동 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과학계에 따르면 국가 대형연구장비와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초과학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은 정부의 운영비 지원, 전기요금 인상 등 변동 가능한 상황을 가정한 장비 정상 가동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자력연은 다목적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와 경주의 양성자가속기 등 대형 연구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로의 경우 연간 10억원 가량의 전기료가 든다. 잦은 고장 등으로 가동 일수가 줄어 전기료가 예년보다 적게 나왔지만, 만약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가동 일수가 늘어나면 전기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주에 있는 양성자가속기도 지난해 전기료로 연간 28억원을 냈는데, 올해는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37억원으로 10억원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양성자가속기도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37억원보다 더 많은 전기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기관 운영비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현재로선 두 대형 연구장비의 단축 가동이나 가동 중단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기료와 운영비 부담은 대외 불확실성이 있어 갈수록 늘어나긴 하지만, 이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 장비를 활용한 실험이나 연구서비스 등은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운영하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핵융합연은 KSTAR 전기료로 2022년 57억원을 냈고, 올해는 5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기 위한 실험이 올해 말부터 2026년까지 예정돼 있어 전기료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 있어 이를 대비해 내년에는 85억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해 전기료로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있다.
핵융합연 관계자는 "1억도의 플라즈마를 50초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실험을 올해 말부터 준비해야 하는 만큼 늘어나는 실험을 대비해 올해보다 많은 예산을 전기료로 확보해 놓고 있다"며 "실험할 때마다 많은 양의 전기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관 재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전기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운영 중인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GSDC) 클러스터 장비의 절반을 가동 중단했던 KISTI는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을 위한 업체 선정이 유찰돼 당장 내년 전기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말 슈퍼컴 6호 도입과 함께 슈퍼컴 5호기 운영에 따른 전기료 상승이 이어지면 내년 출연금의 20% 가량이 삭감된 상황에서 기관 재정에 상당한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포항가속기연구소는 30억원의 전기료를 내지 못해 예정했던 빔라인 운영기간은 당초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 운영키로 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건립하고 있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도 정부 R&D 예산 삭감 영향으로 당초보다 건설 계획이 1년 가량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중이온가속기 역시 내년 6개월 가동 중단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정부가 정상 운영 예정이라고 해명했음에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정부가 R&D 삭감 이슈에 매우 예민한 상황이라 장비 운영에 필요한 내년 비용을 안정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가 대형 연구장비의 경우 워낙 많은 전기를 쓰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기관 출연금 축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연구기관의 재정 구조"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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