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여당 패배에 쓴소리하며 승리에 안주하는 언행 지양해야”
앞서 정청래·홍익표 ‘김기현 체제 민주당에 유리’ 취지 발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18일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정부·여당의 선거 패배 여진을 지적하고 쓴소리를 하면서 승리에 안주하는 언행은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지도부 일각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체제 유지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자 ‘오만하지 말자’는 내부 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의원님과 당직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들께서는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폭주, 실정을 매섭게 질타했지만, 국민의 심판은 우리 당에 대해서도 항상 같은 잣대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결국 정치가 달라져야 하고 우리 민주당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모두가 단합하고 민생을 최우선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판단과 심판은 국민의 몫이고 민주당은 민생을 지킬 수 있는 정책과 대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자”며 “의원님과 당직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 일각의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 치르면 땡큐’라는 식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니 저로서는 ‘낫 배드’, 오히려 환영한다”며 “국민의힘의 분열 사태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두고도 “눈물의 분당 예고 쇼”라고 깎아내렸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당도 그렇게 썩 좋은 상황은 아닌데 김 대표 체제 때문에 우리가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그래서 이분이 꼭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책임지고 안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홍 원내대표 취임 전인 지난달 14일 이뤄졌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저희로선 김 대표 체제가 그냥 그대로 가주는 게 유리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치르는 선거라면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법인카드를 최대 100건까지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대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의 당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고 밝힌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보궐선거 승리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 고위 관계자는 “선거 승리 분위기에 도취하지 말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가 승리를 즐기듯이 해서 구설수에 오르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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