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세 사기' 피해액 310억...모습 드러낸 임대인
[앵커]
경기 수원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세 사기의 추정 피해액이 300억 원을 넘어선 가운데 경찰은 임대인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하고 피의자로 처음 조사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꼼꼼히 확인한 임차인조차도 사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취재기자와 함께 이 내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종훈 기자, 어서 오세요.
먼저, 전세 사기 의혹으로 잠적했던 임대인이 임차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고요?
[기자]
수원 전세 사기 의혹의 중심 인물, 임대인 정 모 씨 일가는 고금리에 전세가 급락까지 겹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며 지난달 임차인들과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경찰이 정 씨 일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하면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피해자들이 사무실로 향하면서 그간 잠적했던 임대인과, 임대인을 찾던 임차인이 마주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임대인은 택시를 타고 서둘러 현장을 벗어나려 했고,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나자 경찰의 도움을 얻어 수원에 있는 지구대 한 곳에 몸을 숨겼습니다.
피해자들은 오늘(18일) 오전 SNS를 통해 입장을 내고, 매일 밤잠을 설치다 만난 정 씨 일가를 눈앞에 두고서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정 씨 일가에게 자수하고 범죄 수익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경찰 수사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지난달 고소장이 처음 접수된 지 42일 만에 강제수사가 이뤄진 건데요,
경찰은 어제 압수수색을 통해 부동산 계약서와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정 씨 일가에 대한 첫 조사도 어제 진행됐습니다.
현재까지 수원 전세 사기로 입건된 사람은 정 씨 부부와 아들, 부동산 관계자 등 모두 18명입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고소장이 접수된 수원남부경찰서가 아닌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또, 피의자들이 고의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걸 입증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앵커]
현재까지 피해자 규모는 어느 정도로 파악되나요?
[기자]
오늘 정오를 기준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는 모두 207명이고, 피해 추정 금액은 310억 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주 전만 해도 접수된 고소가 6건, 피해 금액은 8억여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겁니다.
아직 임차 기간이 끝나지 않았거나,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피해자들까지 고려하면, 피해자 숫자와 금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 씨 일가는 부동산 임대 법인 10여 곳을 운영하면서 경기 수원시 일대의 오피스텔과 빌라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정 씨 일가가 소유한 주택이 670여 세대에 이를 거라는 자체 추산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 수원 전세 사기 의혹에서 발견되는 특징이 있습니까?
[기자]
정 씨 부부의 경우, 한 건물에 10세대를 소유하고 있어도 5세대씩 나눠 담보 대출을 받는, 이른바 '쪼개기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가격이 적게 기재되는 걸 노렸다는 건데요,
정 씨 일가 법인이 모두 15세대를 가진 수원 권선구 빌라에서 지난 4월부터 살고 있는 임차인은 등기부 등본을 통해 근저당으로 13억 9천만 원이 설정돼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13억 9천만 원은 15세대 가운데 10세대에 해당하는 근저당이고, 나머지 5세대에 해당하는 7억 6천만 원이 더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전세 사기 피해자 : (공인중개사가) 처음에 계약할 때 등기부 등본을 가지고 오셔서 이 건물에 잡혀 있는 채권 최고액이 14억이라고 설명을 하셨어요. 다른 건물(세대)에 잡혀 있는 근저당 역시 다 저랑 동일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확인을 하지 않았었어요.]
정 씨 일가가 소유한 다른 빌라나 오피스텔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견되는데, 등기부 등본상 눈속임을 위해 고의로 '쪼개기 대출'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앵커]
내가 들어가 살 집의 등기부 등본을 꼼꼼히 확인했다고 해서 사기를 피해가기 어려웠다는 거네요?
[기자]
건물에 잡힌 근저당을 실제보다 적게 알고 계약을 맺었던 임차인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을 우려해 공인중개사에게 꼼꼼히 질문했지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 임차인은 건물을 소유한 법인이 무자본 갭 투자를 하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는 말도 당시 중개사에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는 그때마다 정 씨 일가가 건물을 한두 개 가진 게 아니고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있다면 은행도 대출을 안 해줬을 거라며 안심시켰습니다.
또, 근저당이 13억 9천만 원인데 전세가가 1억 5천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15세대를 가지고 있으니 건물이 최소 3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며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즉, 나머지 5세대에 설정된 7억 6천만 원은 설명하지 않았던 건데, 계약 당시 나눈 공인중개사와 대화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공인중개사 / (지난 2월) : (갭 투자나 이런 부분은 아니죠?) 아니죠. 그분이 아까 오셨잖아요. 임대인 보셨잖아요. 그분이 건물을 한두 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니에요. 저희 부동산의 신념이 그것이거든요. 위험한 것은 중개하지 말자는 것이거든요.]
정 씨 일가가 잠적하고 임차인이 항의하자 중개사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하지만 임차인은 중개사가 '쪼개기 대출'을 알고도 담보 목록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고, 공인중개사도 함께 고소할 예정입니다.
[앵커]
정 씨 일가의 사기 혐의를 입증하려면 무엇이 관건일까요?
[기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정 씨 일가의 행위에 고의성이 있는지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서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기거나, 송치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열린 경기남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임대인이 무자본 갭투자를 위해 고의로 근저당을 최대한으로 설정해둔 것은 아닌지 규명해야 한다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현장 수사팀에 관련 내용을 잘 전달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정 씨 휴대전화 번호가 '2400'으로 끝나는 점에도 주목하는데요,
수도권에 오피스텔 등 수천 채를 갖고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이른바 '빌라의 신' 일당도 해당 번호를 사용했다며, 같은 조직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부분 역시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과, 현재까지 나온 지원 대책은 무엇인가요?
[기자]
대책위를 꾸린 피해자들은 정부에 선 구제, 후 보증금 회수를 요구할 방침입니다.
오는 26일쯤엔 집회를 열고 시민들 앞에 직접 나서 발언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다만,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선 구제, 후 회수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433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한 센터는 이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생계비 백만 원과 이사비를 지급하고, 긴급주거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아직 임차 기간이 끝나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정 씨 일가 소유의 주택을 빠르게 압류해 전세 사기 특별법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부 우종훈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우종훈 (hun9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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