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팔리는 주택에 종부세…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지원 기자 2023. 10. 18. 17: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준공 후 팔리지 않는 ‘미분양 주택’
5년 후 건설사업자가 종부세 내야
건설사 “종부세 부과 대상 아니다”
정부 “보유세 부담, 조세 기본원칙”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 무덤’이 된 대구·포항·경주 등에서 최근 새로운 문제가 지역 건설사들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미분양 시점 5년이 지나면 ‘과태료 고지서’처럼 날라올 종합부동산세 이야기다.

18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달 말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개선’이란 제목의 주택건설협회 건의서를 받았다. 협회는 이 문서에서 “(미분양으로) 자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고율의 징벌적 종부세까지 부과되어 경영난 악화 가중으로 업체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주택을 보유하면 내야한다. 다 짓고도 안 팔리는 일명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떠안은 건설사업자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에서 미분양 물량은 준공 후 5년까지는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종부세를 매기고 있다.

당장 종부세를 부과받는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협회는 추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장기 미분양 물량을 신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고, 지난 8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9392호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물량이 집주인을 만나지 못할 경우 앞으로 건설사가 종부세 납부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애물단지인데 세금이라니” vs “주택보유에 대한 과세는 원칙”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이 차익을 노린 건설사의 ‘투기성’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종부세법 1조에서 규정한 조세 목적(고액 부동산에 대한 조세 형평성 제고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 등의 아파트값이 단기간 내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구 아파트 실거래가는 0.81% 상승에 그쳐 사실상 지난해(-18.45%)와 같은 침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까지 감안하면 시장이 더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대구 소재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은 우리같은 중소 건설사에겐 흑자도산의 주범”이라며 “주택이 안팔려 금융 비용이 계속 불어나는 와중에 종부세까지 물게 되면 손해가 한해 10%까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준공 3년이 되어도 팔리지 않는 오피스텔을 여럿 갖고 있다.

시장이 좋아지더라도 건설사가 미분양 주택으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협회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주택공급자는 처음에 승인 받은 분양가보다 더 높여 팔지 못한다”고 말했다.

“임대도 어렵다” vs “5년 세금 유예는 충분”

반면 정부는 소유에 따른 보유세 부담은 조세의 기본원칙이라고 반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부세는 주택 성격이나 사정에 따라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미분양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임대만 놓아도 소득이 생기기 때문에 보유세 대상인 자산으로 봐야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분양 장기화를 우려해 임대로 분양 물량을 돌리는 건설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2019년 4월 인허가 받은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는 당초 일반분양 단지였는데 올 2월 민간임대로 변경했고 시지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도 지난 3월 일반 분양에서 ‘10년 장기 민간임대’로 방향을 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설사들이 소유한 임대아파트를 경매에 넘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진 경우나 자금난이 심각한 업체들이 헐값에 주택을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는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몰린 사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임대를 놓는 순간 아파트가 빠르게 노후화하면서 미분양 자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높다. 2년 거주 뒤 계약 갱신이 가능한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사실상 4년을 임대로 묵어놔야 할 위험도 있다. 임대 4년 계약이 종료된 뒤 1년 안에 팔지 않으면 건설사가 종부세를 내야하는 셈이다.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의 종부세를 피할 수 없다면 유예 기간이라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년은 헐값에라도 주택을 청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잘라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