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구 시민들이 ‘배신의 정치’ 저주 풀어달라”…신당 빌드업?

조미덥·백경열 기자 2023. 10. 1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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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대표가 18일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대구를 찾아 “대구 시민들이 ‘배신의 정치’의 저주를 풀고 보수 정치의 스펙트럼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남구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보수가 다시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첫째 조건이 대통령께서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주는 것이라면 두번째는 대구시민이 만들어주셨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에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했다고 해서 유승민 전 의원은 고향인 대구에서 7년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보수는 스스로 스펙트럼을 좁혔고 선거 4연패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부연했다.

당장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한 유 전 의원에 대한 저주를 풀어달라는 뜻이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당내 비판을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용인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가 최근 국회에서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총선 100일 전인 12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데 이어 보수 신당 창당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뻐꾸기 새끼가 원래 둥지 주인의 알들을 밖으로 떨어뜨리고 자기가 새끼인 것처럼 하는 ‘탁란’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에 대해 오래 고민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수의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자주 눈에 띈다”며 “수도권 젊은 세대에도 보수 유전자가 있는데, 눈만 뜨면 배신자와 내부 총질러를 찾아다니는 뻐꾸기 같은 유사 보수에 밀려 둥지 밖으로 떨어지는 순간 선거 승리의 DNA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을 장악한 친윤석열(친윤)계를 ‘뻐꾸기 같은 유사 보수’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도권 선거의 해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대구가 바뀌는 것에 있다”며 “이제 대구는 수도권과 젊은 세대,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서 승리할 수 있는 보수의 알을 품을 것이라 선언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 경로의 분기점마다 대구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2021년 전당대회 때 대구에서 “이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당원들을 설득해 대표가 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 당대표에서 쫓겨나 당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넘어갈 때도 대구에 와 ‘영남 사림 정신’을 강조하며 “죽비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핵심 근거지인 대구·경북(TK)의 당심을 바꿔야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더해 만약 신당을 만들더라도 TK의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자 “보수가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해달라”며 “저는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놓은 발언도 많이 하고 있다. 전날 저녁 MBC 라디오에선 “정당을 혁신하는 데 100일 정도가 마지노선”이라며 “(내년 총선) 100일 전이면 12월 말 크리스마스 이후”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유 전 의원이 CBS 라디오에서 “12월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선택할 것)”이라며 “신당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신당에서 고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벌써 신당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과거 바른정당이 현역 의원 33명인데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밖에 안 나왔다”며 “이 전 대표가 나가도 우리 당에서 빠지는 건 3~4%포인트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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