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7나노에 놀란 미국 '통제강화'…한국기업 영향 제한적
반도체 장비 타격 제한적…중국 맞대응 여부 촉각
미국 정부가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키로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관련 정책 초안 발표 후 약 1년여만에 최종안을 발표, 개정된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칩에 대해서도 수출을 금하고 제재 우회를 차단하며 13개 중국기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함이 골자다.
지난 9월 중국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가 탑재된 최신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 기존 통제기준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화웨이 쇼크’ 중국 반도체 어디까지 왔나)
중국 향하는 ‘AI칩’ 싹을 자른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17일(현지시각) 대중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AI칩 통제기준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성능이 낮은 저사양 AI칩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막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발표된 초안에서 ‘상호연결속도 기준(inter-connected speed)’을 삭제하고, ‘성능밀도 기준(performance density)’을 추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연산성능 4800MacTOPS(초당 1조번 연산속도) 이상이거나 총연산성능 1600MacTOPS 이상이면서 성능밀도 5.92 이상인 AI칩이 통제대상에 해당된다.
이 기준에 미치지 않는 일부 칩들의 경우에도 중국·마카오로 수출 시 미국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총연산성능 2400 이상 4800MacTOPS 미만이면서 성능밀도 1.6 이상 5.92 미만인 칩 또는 총연산성능 1600MacTOPS 이상이면서 성능밀도 3.2 이상 5.92 미만인 칩 등이다.
해당 통제기준은 이번에 신설됐다. 이에 대해 미 상무부는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출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칩인 A800 등의 수출이 통제된다. 이 칩들은 엔비디아가 대중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A100칩의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상무부는 중국이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에 관련 제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시켰다.
당시 엔비디아 주력 제품 A100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H100의 대중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AMD의 동급 GPU에도 같은 제한을 내렸다.
이후 그해 10월엔 AI와 수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 초안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VEU로 숨통 텄지만…중국 대응 예의주시해야
아울러 상무부는 최종안을 통해 중국 외 47개 안보우려국 대상으로 허가제를 확대했다. 수출 상대방 및 최종 모회사 본사가 중국 및 마카오일 경우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 첨단 반도체 우회수출 방지를 위해서다.
우려거래자 목록(Entity List)에는 중국 첨단 칩 관련 13개사가 추가됐다. 무어스레드(Moore Threads)와 비렌(Biren) 등 첨단 컴퓨팅 칩 개발 관련 기업들이 올랐다.
반도체 장비 규제도 강화됐다. 노광·식각·증착·세정 장비가 통제목록에 추가됐고 중국 외 21개 우려국을 대상으로 허가제를 확대키로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4 및 16나노미터(mn)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 로직칩 생산에 사용되는 노광·식각·증착·세정 등 12개 카테고리 장비가 해당된다. 또 우려국 21개국에는 아프가니스탄를 비롯해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포함된다.
다행히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 AI칩의 경우 국내 생산이 미미하고 반도체 장비의 경우에도 이미 우리 기업들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승인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VEU 승인을 지난 13일 관보에 게재한 바 있다. ‘VEU’는 사전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된다는 의미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미국 반도체 규제…삼성·SK "급한 불은 껐지만")
다만 중국 정부 측 대응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에 대해 중국은 같은 수준으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오히려 예측 불가하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중 분쟁의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자국 정보시설 운영자들이 마이크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7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갈륨과 게르마늄 등 광물 수출통제에 나선 까닭도 미국 수출통제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반도체 분야만 놓고 봤을 때 중국이 일방적으로 미국 움직임에 끌려가는 모양새인데 이는 반도체 산업의 역량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이 뒤늦게 반도체 제조업을 본격 시작하려다 보니 기술력이 부족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 때문에 최근 한국 기술자들을 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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