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낙서하듯 끄적…세르주 블로크의 '선'이 완성한 따스함

김예나 2023. 10. 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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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껍데기, 양파, 붉은 실, 심지어 계란프라이까지 그의 손길이 닿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선으로 쓱 그린 듯한 그림.

어릴 때와 비교하면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며 농담을 던지는 '그림쟁이',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다.

세르주 블로크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키스'(KISS) 전시 설명회에서 "일러스트레이터보다는 '그림쟁이'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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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광고·그림책 등 주목…국내 첫 개인전서 작품 150점 소개
프랑스 삽화가 겸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 겸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가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전시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8 ye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땅콩 껍데기, 양파, 붉은 실, 심지어 계란프라이까지 그의 손길이 닿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선으로 쓱 그린 듯한 그림.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재치가 넘친다.

어릴 때와 비교하면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며 농담을 던지는 '그림쟁이',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다.

신문, 광고, 그림책 등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은 그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세르주 블로크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키스'(KISS) 전시 설명회에서 "일러스트레이터보다는 '그림쟁이'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한국의 물건과 만나면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8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의 세르주 블로크 개인전 모습.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 겸 그림책 작가인 그는 전시실 입구에 한국 시장에서 산 다양한 물건에 그림을 그렸다. 2023.10.18 yes@yna.co.kr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에 삽화를 그렸고 삼성전자, 에르메스, 코카콜라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했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도 그의 작품이 걸린 바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그의 그림 대부분은 단순한 선으로 연결된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블로크는 "선은 하나의 글처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이 어른이든, 어린이든, 또 내용이 광고든, 예술적 표현이든 다 같다"며 웃었다.

전시는 삽화부터 기업 협업 작품, 조형물 등 약 150점의 작품으로 그를 소개한다. 지하부터 외부 광장, 꼭대기 방까지 공간을 활용한 구성이 눈에 띈다.

전시 소개하는 세르주 블로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 겸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가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전시 공개 행사에서 자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yes@yna.co.kr

특히 전시장 곳곳에는 블로크를 연상시키는 블록(block)이 쌓여 있어 예술적 감각을 뽐낸다. 작은 우표부터 4m 크기의 설치 작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에 대한 작가의 호감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서울 황학동 시장에서 산 각종 주방 기구, 지인에게 얻어 온 빗자루 등과 함께 다양한 인물이 그려져 있다. 어딜 가든 그가 꼭 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뮤지엄 측은 "어딜 가든 재료,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경계 없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비롯해 '돌 씹어먹는 아이', '적',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등 그의 대표작 원화도 볼 수 있다.

'일상 속 유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 겸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가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전시 공개 행사에서 표정이 그려진 항아리를 들고 있다. 2023.10.18 yes@yna.co.kr

전쟁의 허구성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다룬 '적'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끼어 있어 한 세기 동안 4번이나 국적이 바뀐 그의 고향 이야기와 얽혀 더욱 울림을 준다.

그에게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일까.

"음, 어렵네요. 자유롭게 산책하듯이 보셨으면 합니다. 가벼운 주제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또 사랑, 인생, 전쟁 등 모든 이야기가 있죠. 이게 인생이잖아요." (웃음)

세르주 블로크는 "그림은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는 수단"이라며 "미국, 남미, 유럽 등 곳곳에서 전시했지만 늘 흥미로운 만남을 기대한다. 이번 전시도 기쁨과 경이로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내년 3월 31일까지. 유료 관람.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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