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낙서하듯 끄적…세르주 블로크의 '선'이 완성한 따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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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껍데기, 양파, 붉은 실, 심지어 계란프라이까지 그의 손길이 닿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선으로 쓱 그린 듯한 그림.
어릴 때와 비교하면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며 농담을 던지는 '그림쟁이',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다.
세르주 블로크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키스'(KISS) 전시 설명회에서 "일러스트레이터보다는 '그림쟁이'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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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땅콩 껍데기, 양파, 붉은 실, 심지어 계란프라이까지 그의 손길이 닿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선으로 쓱 그린 듯한 그림.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재치가 넘친다.
어릴 때와 비교하면 실력에 큰 차이가 없다며 농담을 던지는 '그림쟁이',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이자 그림책 작가 세르주 블로크다.
신문, 광고, 그림책 등 다양한 활동으로 주목받은 그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세르주 블로크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뉴스뮤지엄 연희에서 열린 '키스'(KISS) 전시 설명회에서 "일러스트레이터보다는 '그림쟁이'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에 삽화를 그렸고 삼성전자, 에르메스, 코카콜라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했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도 그의 작품이 걸린 바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그의 그림 대부분은 단순한 선으로 연결된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블로크는 "선은 하나의 글처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이 어른이든, 어린이든, 또 내용이 광고든, 예술적 표현이든 다 같다"며 웃었다.
전시는 삽화부터 기업 협업 작품, 조형물 등 약 150점의 작품으로 그를 소개한다. 지하부터 외부 광장, 꼭대기 방까지 공간을 활용한 구성이 눈에 띈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는 블로크를 연상시키는 블록(block)이 쌓여 있어 예술적 감각을 뽐낸다. 작은 우표부터 4m 크기의 설치 작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에 대한 작가의 호감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서울 황학동 시장에서 산 각종 주방 기구, 지인에게 얻어 온 빗자루 등과 함께 다양한 인물이 그려져 있다. 어딜 가든 그가 꼭 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뮤지엄 측은 "어딜 가든 재료,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경계 없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비롯해 '돌 씹어먹는 아이', '적', '어느 날 길에서 작은 선을 주웠어요' 등 그의 대표작 원화도 볼 수 있다.
전쟁의 허구성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다룬 '적'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끼어 있어 한 세기 동안 4번이나 국적이 바뀐 그의 고향 이야기와 얽혀 더욱 울림을 준다.
그에게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일까.
"음, 어렵네요. 자유롭게 산책하듯이 보셨으면 합니다. 가벼운 주제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또 사랑, 인생, 전쟁 등 모든 이야기가 있죠. 이게 인생이잖아요." (웃음)
세르주 블로크는 "그림은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는 수단"이라며 "미국, 남미, 유럽 등 곳곳에서 전시했지만 늘 흥미로운 만남을 기대한다. 이번 전시도 기쁨과 경이로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내년 3월 31일까지. 유료 관람.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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