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육·해·공군 신병 못 채워 쩔쩔...해병대는 차고 넘치는 이유
올해는 미군이 완전 지원병제도로 전환한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마감한 미국의 올해 신병 모집에서 육ㆍ해ㆍ공ㆍ우주군ㆍ해병대 등 5군 중에서 유일하게 해병대만이 현역ㆍ예비역의 사병과 장교 모집에서 모두 2023년도 모집 목표를 초과했다고, 밀리터리닷컴이 보도했다.
미국의 육ㆍ해ㆍ공군은 모집 정원을 채우기 위해 온갖 입대 보너스와 복무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심지어 언어ㆍ수학ㆍ기술적 능력을 테스트하는 군사적성시험 기준도 낮췄다. 육군과 해군은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들이 본격적으로 신병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체력ㆍ지식을 키울 수 있는 보충학교까지 세웠다.
젊은이들의 공감을 사려고 모집 슬로건도 계속 바꿨다. 그런데도, 올해 미국 육ㆍ해ㆍ공군이 모병한 인원은 각각 수천 명에서 1만 명이 부족했다. 1999년 이래 최악의 모병 실적이었다.
올해 미 육군의 모병 목표는 6만5000명이었다. 그러나 5만4000명 정도를 채우는 선에서 그쳤다. 3년 연속으로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미 육군 병력은 2021년의 48만5000명에서 현재 45만2000명으로 줄었다.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 장관은 지난달 한 씽크탱크 컨퍼런스에서 “미 육군 병력이 우크라이나군 훈련, 인도태평양 지역, 유럽 등지에서 주어진 모든 임무를 수행하기엔 너무 적은 수치가 있을 것”이라며 “육군 모집 충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존의 이슈”라고 말했다.
미 해군도 사정은 비슷해, 올해 모집된 수병은 목표 3만7700명에 7600여 명이 부족한 3만236명에 그쳤다.
해군은 최대 7만5000달러인 사상 최대의 입대 보너스와 최대 6만5000달러까지 대학 학비 대출 지원금을 제공했다. 입대 연령도 39세에서 41세로 올리고, 임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입대 시험도 낮은 등급인 4등급을 받은 지원자들도 최대한 수용했다고 한다.
미 공군도 기본 군사훈련 기간 중에 미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혜택을 제시했지만, 사병 모집 목표 2만6877명의 10%를 채우지 못했다. 오직 해병대만이 2만8900명이라는 올해 모집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젊은층의 군 ‘호감’ 여론 감소…민간기업과 경쟁 치열
미국의 입대 열기가 이렇게 준 것은 미국의 실업률이 수 년째 사상 최저를 기록하면서(9월 3.8%) 민간기업과의 구인 경쟁이 치열해진 반면에, 미국의 입대 연령층에서 과체중이나 정신ㆍ심리 상태, 마약 문제 등으로 인해 입대 부적격자 비율이 77%로 높아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 지난 4월 미 국방부의 애쉬시 바지라니 인사 담당 차관에 따르면, 부모가 군에서 복무한 미국 젊은이의 비율은 1995년의 46%에서 작년에는 35%까지 떨어졌다.
◇‘자랑스러운 소수 정예’ 고집하는 해병대는 예외
그런데 해병대는 얘기가 다르다. 올해 지원 마감일인 9월30일까지 100% 맞췄다. 또 이미 수백 명이 내년 입대를 신청했다. 올해 신병의 11%는 군 경험이 있는 지원자였다.
‘자랑스러운 소수(The Few. The Proud)’를 모토로 내건 모집 조건도 여전히 까다롭고, 금전적 인센티브도 거의 없다. 올 초에 “재정적 지원이 있느냐”는 한 질문에, 당시 미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이라고 불리는 것이 당신의 보너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병대 일원이 된다는 자부심, 무형(無形)의 영원한 엘리트가 될 기회만 제시한다는 것이 미 해병대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다른 군에선 이런 ‘해병대 현상’을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속하게 이동하는 경(輕)보병ㆍ기갑부대ㆍ지원 공격기 등으로 구성되는 미 해병대는 신속대응군인데, 사실 미 해병대의 주장과는 달리 타(他)군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 해병대 신비주의’ 메시지는 사실이든 아니든 통한다고 한다.
애리조나 주에서 미 해병대 모집을 담당하는 대니얼 버렐 중사는 뉴욕타임스에 “모병에 딱히 어려운 것은 없었다”며 “그냥 스스로를 해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격을 딸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 육군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계속 모집 슬로건을 바꾸다가 결국 지난 3월에 1980~1990년대 인기 있었던 슬로건인 “당신이 되고 싶은 모든 것이 되라(Be all that you can be)”로 돌아갔다.
뉴욕타임스는 미 해병대의 진짜 비밀은 ‘일관성’이라고 진단했다. 오랜 슬로건인 조국의 전쟁에서 싸울 ‘자랑스러운 소수’를 찾는다는 메시지를 고집한다.
미 씽크탱크인 뉴아메리칸시큐리티 센터에서 군 인력 문제를 다루는 연구원 캐서린 커즈민스키는 “미 해병대는 기본적으로 ‘우리 일원이 된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며 “규율을 지키며, 흙바닥에서 먹고 자고 거대한 적과 싸운다는 비전이 어떤 젊은이들에겐 최고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또 해병대는 대부분 4년의 전투요원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계속 주변 친지들에게 ‘해병대 신비주의’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미 해병대 모병관들은 입대 지망자들에게 ‘지원 이유’가 적힌 11개의 금속 태그를 보이며 선택하게 한다. 이 중에는 재정적 안정성, 경력 개발과 같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망자는 용기ㆍ규율ㆍ소속감 긍지ㆍ도전 등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선택한다고 한다. 금전적인 보상을 선택한 지망자에겐 타군 지원을 권유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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