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경애 '노쇼'로 소송 날린 학폭 유가족... "자기도 피해자라니 너무 뻔뻔"
"책임 인정 안 하는 태도에 기가 막혀"
"이제라도 사과하고 인정하라" 요구
“권경애 변호사(피고) 쪽에서 재판장에게 그랬대요. 원고가 대법원 가도 못 이길 사건 같으니, 그에 준해서 조정을 해달라고요. 잘못을 해놓고도 반성이 없어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딸의 학폭 소송을 담당했던 권경애(58) 변호사 때문이었다.
권 변호사는 2015년 이씨가 학폭 가해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법률대리인이었다. 1심에선 일부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선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세 차례나 불출석해 지난해 11월 패소하고 말았다. 민사소송법상 변론기일에 3회 출석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권 변호사는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이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결국 유족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못해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 기간 권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 관련 글을 꾸준히 올렸지만, 유족에게 재판 결과는 통보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제출한 경위서에는 "건강 문제로 소송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한 뒤 4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해미르), 같은 법인 변호사 2명을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씨는 17일 열린 손해배상 소송 2차 조정기일에 참석해 권 변호사 측 입장을 지켜봤다. 조정 과정에서 권 변호사 측 태도를 본 이씨는 “현재로서는 어떤 조정안을 제시받더라도 수용할 생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씨가 마음을 닫은 건 “배상 책임이 없다”는 권 변호사의 완강한 태도 탓이다. 권 변호사 측은 12일 “이씨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피고 답변서(피고가 원고의 소 제기에 대해 최초로 작성해서 제출하는 서면)를 보면, 권 변호사 측은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과 학교폭력 소송 패소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이씨가 이 사건(학폭 소송의 과정과 결과)을 세간에 알려 권 변호사가 받은 정신적 충격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소송이었기 때문에 권 변호사는 책임이 없다는 취지다.
이씨가 분통을 터트린 건 이것뿐만이 아니다. 권 변호사 측은 “학교폭력 1심 소송에서 증인을 신청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이씨와 상의해 서울시교육청에는 항소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씨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권 변호사와 상의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권 변호사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고 사건 기록을 살피던 중에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책임을 피하려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소송에서도 “몰염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딸 사건에서 패소하고 소송을 제기하자 변협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권 변호사는 “건강 악화와 경제적 궁핍 등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며 각종 진단서를 첨부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권 변호사는 몸과 마음이 아픈 걸 나한테 말한 적도 없었고, 아팠더라도 기일 변경도 신청하지 않고 재판에 불출석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 소송 제기 이후 나에게 지금껏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권 변호사가 “이씨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이씨는 “참 뻔뻔하다”며 답답해했다. 권 변호사는 사건이 알려진 초반에만 해도 “잘못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으나, 공개 사과문 작성은 거부했고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되니 사과는커녕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씨는 지금이라도 권 변호사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 바라고 있다.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소송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이씨는 권 변호사 탓에 패소한 소송을 재심하기 바라고 있는데, 현행법상 재심은 쉽지 않다. 이씨는 "소송에서 이겨도 딸이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주원이를 괴롭힌 가해자들이 사죄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일보는 권 변호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2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해미르 측은 지난 6월 재판부에 "이씨의 청구를 전부 부인한다"며 "소송비용도 이씨에게 부담시켜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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