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반도체 통제 고삐 더 죄는 미국…반도체 기업 시총 100조원 증발
제 3국 통한 수출도 통제…규제 우회 차단
엔비디아 타격, 미 반도체 주가 일제히 하락
미국 뉴욕 증시에서 17일(현지시간) 하루 새 약 100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추가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정부 규제를 피해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해오던 기업들의 우회로마저 막혔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소속 반도체 주식 시가총액이 하루 새 730억달러(약 98조58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주가가 장중 7.8%까지 급락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AMD와 인텔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이날 대중국 수출 제한 대상을 기존 고사양 반도체 칩에서 저사양 칩까지 확대하고, 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중국과 마카오는 물론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수출 통제 대상은 아니지만 기준에 근접한 반도체 칩을 수출할 경우 정부에 사전 통지할 것을 요구했다. 다소 성능이 낮은 칩 역시 AI 혹은 슈퍼컴퓨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규제는 미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성능 반도체 칩 및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로, 수출통제 대상 국가를 대폭 확대해 중국이 미국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경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제3국을 통해 반도체를 수입하는 방법으로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우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된 규제로 엔비디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 세계 AI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AI 칩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정부의 고사양 반도체 칩 수출통제로 AI용 첨단 그래픽처리장치 A100과 H100 등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성능을 낮춘 중국 수출용 모델(H800, A800)을 만들어 수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추가 제재 조치로 저사양 칩 수출길까지 막히게 됐다. 엔비디아는 GPU 판매의 2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인텔과 AMD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쿤잔 소비니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의 대량 주문이 급증한 것은 이러한 미국 정부의 조치를 예상하고 800 시리즈 칩을 비축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번 규제가 엔비디아의 단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기존 규제만으로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막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가 고성능 7㎚(나노미터) 프로세서를 장착한 ‘메이트60프로’를 내놓으며 미국 수출규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중국이 첨단 기술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워왔던 만큼 안보 문제도 작용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인공지능은 잘못된 군대에 들어가면 엄청나고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규정의 허점을 막아 중국 군사적 발전에 미국과 동맹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은 매년 최소 1회 수출 규정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중 기술 수출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신경전이 심화되며 기술분야를 비롯한 미중 관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자의적인 통제”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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