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 콧물 나…씻고 가게 30분 후 와” 구급차 택시처럼 이용하는 ‘비응급’ 환자들

‘피부 질환’ 환자 이송한 소방관 A씨 “환자가 ‘죽으면 책임질 거냐’ 따져”
소방관 B씨, ‘이송 중 모멸감 느꼈다’는 민원에 ‘친절 의무’ 위반으로 ‘포상 금지’ 처분
비응급 환자의 구급차 호출 빈번한데 이송 거절에 대한 책임 모두 구급 대원이 져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사설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는 행태가 논란을 부른 가운데,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구급차를 호출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MBC에 따르면 일부 환자들이 119 구급대원에게 화를 내거나 택시 타듯 구급차를 이용하며, 그것도 모자라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민원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새벽 스스로 구급차를 부른 40대 여성 A씨는 병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출동한 대원에게 “여기서 무슨 응급을 처리하면서 가시는 거냐. 여기 의사 타냐. 이거 에어컨 필터 청소는 하시냐”고 불만 섞인 질문을 늘어놨다.

MBC 캡처

 
소방관이 답변을 망설이자 A씨는 “저한테 화내 보시라”는 이상한 주문을 했다. 소방관이 “괜찮다”고 하자 “뭐가 괜찮냐. 표정을 보니까 죽을 거 같은데”라고 비아냥거렸다.

A씨가 구급차를 부른 이유는 피부 가려움증 때문이었다. 그는 “제가 지금 갑질하는 걸로 보이시냐. 피부 환자를 이렇게 무시하고”라며 갑질을 이어갔다.

응급상황이 아닐 땐 다른 차량을 이용하라고 권유하자 화를 내며 따졌다. 출동 소방관은 “‘이것(피부질환) 때문에 내가 죽으면 본인이 책임질 수 있냐’ 이런 식으로 계속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송 거절에 대한 민원이 들어올 경우 현장에서 판단했던 구급대원에게 징계 등 모든 책임이 가기에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

MBC 캡처

 
6년 차 소방관 B씨는 비응급 환자를 태웠다가 민원 제기를 당했다.

B씨는 “열도 나고 가래, 콧물 때문에 힘든데 샤워해야 하니 30분 있다 와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신고자는 태연히 혼자 걸어나왔다. B씨는 “원래 목적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목적인데 비응급 환자를 그냥 택시 이용하듯이”라며 씁쓸해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고자가 “모멸감을 느꼈다”며 민원을 넣은 것. 이 때문에 B씨는 공무원의 ‘친절 의무’ 위반 사유로 ‘경고’ 처분을 받으면서 1년간 포상 금지 등 불이익을 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