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女동기 부축하다 성추행범 몰려…法 "징계 내린 대학 '위법'"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대학교 MT에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을 부축했다 성추행범으로 몰려 정학처분을 받은 남학생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대학생 남성 A씨가 모 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해당 대학이 A씨에게 내린 '유기정학 3주' 처분 취소는 물론 소송 비용도 모두 대학 측이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여름방학을 앞두고 경기도 한 펜션으로 MT를 떠났다. 그는 다음 날 새벽 펜션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여자 동기 B씨를 부축했다.

이후 5일 뒤 B씨는 학과 교수를 통해 학내 인권센터에 '(A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A씨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신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학내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는 2개월가량 사안을 조사한 뒤 A씨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심의위원회는 "A씨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던 B씨의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해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줬다"고 전했다.

학교 생활지도위원회 역시 "심의위원회의 판단이 적절하다"며 A씨에게 유기정학 3주 처분 징계를 내렸다.

A씨는 B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징계 부당 등을 이유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B씨를 부축하려고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었을 뿐 성추행하지 않았다. 대학 측은 어떤 성추행을 했는지 판단조차 하지 않고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했다"고 반발했다.

법원은 A씨 주장대로 대학 측이 징계 과정에서 구체적인 A씨의 행위 및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대학 심의위원회는 사안에 대해 어떤 신체 접촉인지를 판단하지 않았고 고의인지, 과실인지도 따지지 않았다. 성폭력을 인정할 만한 다른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 측이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고 징계를 내렸다. 이는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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