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 학살"vs"무장단체 로켓 오발" 병원참사 책임공방(종합)
이스라엘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들 책임 인정하는 녹음파일 등 확보"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 수백 명이 숨진 참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당초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군 공습 때문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이스라엘 측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나서 공방 결과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수백 명이 숨졌다.
사망자 수에 대해 하마스 측은 성명서에서 약 500명이라고 말했지만 보건부 측은 200∼300명이라고 밝힌 것으로 AFP통신이 전했다.
보건부는 또 "수백명이 다치고 수백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2008년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낳은 사례가 된다고 이스라엘 현지 일간지 하레츠는 전했다.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그러나 AP 통신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사건이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성명을 통해 "분석 결과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이 일제 사격한 로켓들이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폭발했을 때 병원 아주 가까운 곳을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여러 곳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이슬라믹 지하드가 병원 인근에서 로켓을 일제 발사한 것으로 확인돼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감청을 통해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들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음성 녹음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감청한 통신 내용 등 관련 정보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하가리 소장은 또 참사 이후 병원을 무인기(드론)로 촬영한 결과 병원 건물이 아닌 주차장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병원 지하 또는 근처에 있던 무언가로 인해 2차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군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병원 주차장이 폭발로 불탔고 병원 건물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을 담은 드론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의 공습일 경우 폭발로 땅이 패인 큰 구멍이 생기지만, 이 사진에 이런 흔적이 없는 것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폭발로 인한 사상자 수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전 세계는 알아야 한다. 가자지구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니라 야만적인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아이들도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어 아랍권 TV 알자지라가 촬영한 영상에 이날 오후 6시 59분 가자지구 내에서 발사된 로켓이 비행 도중 터지고 곧이어 가자지구 내 지상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광경이 담겨 있다고 X에서 밝혔다.
또 군의 레이더가 문제의 로켓 발사를 포착했다며 로켓 발사 지점, 병원 근처를 지나가는 로켓의 궤적을 보여주는 지도 이미지도 X에 게시했다.
그러나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군 발표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평소처럼 거짓말을 조작해서" 병원 폭격에 따른 "잔혹한 학살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매우 애쓰고 있다"며 "이 같은 비난은 거짓이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병원 폭발이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범죄라며 이스라엘 측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위성 사진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참사로 이슬람권 국가들이 거세게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이집트·요르단·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는 등 충격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참사 책임이 어느 쪽으로 드러나느냐에 따라 정세에 큰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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