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부축하다 ‘성추행범’ 몰려”…총장 상대 승소한 대학생

이로원 2023. 10. 18. 16: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학교 MT에서 술에 취한 여자 동기를 부축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려 유기정학 징계를 받은 남학생이 징계를 취소하라며 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18일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판사 이현석)는 대학생 A씨가 수도권 소재 모 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서 취한 동기 부축하다 성추행으로 정학 징계
대학 측 판단에 불복하고 행정 소송 제기
원고 승소 판결 내린 재판부
“대학 측, 고의·과실 여부 따지지 않아”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대학교 MT에서 술에 취한 여자 동기를 부축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려 유기정학 징계를 받은 남학생이 징계를 취소하라며 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
18일 인천지법 행정1-1부(부장판사 이현석)는 대학생 A씨가 수도권 소재 모 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학 측이 A씨에 대해 징계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그의 행위와 고의성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A씨에게 내려진 유기정학 3주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 전액을 대학 측이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수도권 소재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A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 펜션으로 MT를 갔다. A씨는 그 이튿날 새벽 부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 B씨를 부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는 부축받은 날로부터 5일 뒤 학과 교수를 통해 A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학내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부축할 때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는 약 2개월간 인권센터 조사를 진행한 끝에 A씨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심의위는 “A씨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던 B씨의 동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해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을 줬다”고 언급했다.

징계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학교 생활지도위원회도 “심의위 판단은 적절하다”며 A씨에게 유기정학 3주 처분을 내렸다. 이 대학은 학생 징계 기준에 따라 성희롱·성폭력 행위 정도에 맞는 제적, 무기정학이나 유기정학 3주, 유기정학 1주나 근신 등을 처분해 왔다.

이에 A씨는 대학 측 판단에 불복하고 성추행하지 않았다고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B씨를 성추행하지 않았는데 징계를 받으면 억울하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는 “만취한 동기를 부축하려고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었을 뿐 성추행하지 않았다”며 “대학은 어떤 성추행을 했는지 판단하지 않고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학이 성폭력을 이유로 A씨를 징계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따져 (성추행)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학 심의위는 신체 접촉이 있었고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정했을 뿐 어떤 신체 접촉인지 판단하지 않고, 고의인지 과실인지도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을 인정할 만한 다른 자료도 없다. 대학 측이 마땅히 고려해 할 사항을 빠뜨려 내린 징계”라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원 (bliss24@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