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은 11번가 인수 도전, 쓱닷컴은 IPO 재시동···이커머스 활로 찾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이커머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쟁사를 흡수해 한 지붕 아래 있는 ‘연합군’ 규모를 키우는가 하면, 실탄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기업 큐텐은 SK스퀘어와 11번가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11번가는 2008년 2월 오픈마켓으로 시작한 1세대 이커머스 업체로 SK스퀘어의 자회사다.
2018년 11번가는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는 대가로 올해 9월까지 IPO를 약속했다. ‘한국형 아마존’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쿠팡, 네이버 등에 밀려 존재감이 작아졌다. 시장 악화 탓에 상장 시기를 놓치면서 기한이 끝났다. 투자금 5000억원에 이자까지 붙여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SK스퀘어가 11번가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이유다.
큐텐으로선 11번가 인수가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를 확 넓힐 수 있는 기회다.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이끌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한 큐텐은 지난해부터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금액을 바탕으로 산출한 지난해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합산 점유율은 4.6%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7위권이다. 4위 업체인 11번가(7.0%) 지분을 확보하면 11.6%로 쿠팡(24.5%), 네이버(23.3%)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선다. 신세계그룹 계열인 G마켓·옥션·SSG닷컴 합산 점유율(10.10%)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큐텐은 11번가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11번가의 투자금 상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매각·인수가 될지 말지 올해 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IPO 재도전을 준비하거나, 차근차근 군살을 빼는 업체들도 있다. SSG닷컴은 내년 중 IPO 절차에 착수하기 위해 주관사와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가 경기 침체로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잠정 중단했다. SSG닷컴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 규모 줄이기에 성공했다. G마켓과 영역이 겹치는 오픈마켓 사업에서 손을 떼고 ‘프리미엄 플랫폼’ 전략을 펴는 중이다.
지난 1월 IPO 추진을 잠정 중단한 컬리는 일단 적자 축소에 매진하고 있다.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이어온 오아시스도 적당한 시기를 보고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 2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격이 기대를 밑돌아 상장을 철회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내년 이후 IPO가 거론된다. 국내 1호 이커머스 상장사 타이틀이 어디로 돌아갈지는 안갯속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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