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산불 원인 제공 한전 직원 '무죄' 확정…이재민들 "통탄할 노릇"
형사 건 별개 260억 규모 손배소송 2심 '주목'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림 산림 1260여㏊를 잿더미로 만든 고성산불 당시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한전 직원들의 무죄가 18일 확정됐다.
화마(火魔)에 삶의 터전을 잃고 생업마저 포기한 채 피해 보상을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던 당시 이재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운용 고성속초산불이재민공동협의체 주택분과 위원장은 이날 "소나무 몇 그루 불법벌채를 해도 처벌 받는 마당에 사망자가 2명이나 나온 대형산불의 원인 제공을 한 사람들이 무죄라니 통탄할 노릇"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한전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산불로 이재민들은 적게는 수 천, 많게는 수 억원의 빚더미에 앉았다"며 "법이 존재한다면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이재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당시 산불 일련의 과정이 담긴 산불 백서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장현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존중한다"며 "앞으로 이 같은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한전도 각성하고 지역주민들도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소 과정에 대해서는 일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장현 위원장은 "사법부가 그렇게 판단하기 전 검찰 기소과정에서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든다"며 "지나간 이야기지만 조금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실화, 업무상과실치상, 산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전 전·현직 직원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업무상실화죄, 업무상과실치상죄, 산림보호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은 2019년 4월4일 강원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된 전신주에 하자가 있었고 이를 관리한 한전 속초지사 직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업무상실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시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하자 발생이 인정되더라도 한전이 아닌 직원 개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전문가의 진술과 증언,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할 때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이 된다"고 무죄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이번 형사적 판결과 별개로, 이재민들이 한전 측을 상대로 낸 2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기일이 오는 27일 열린다.
지난 4월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이재민 64명에게 총 87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고성산불 법정 감정평가액의 60% 수준이자, 산불 피해보상과 관련해 설치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가 산불 발생의 원인자인 한국전력공사 측의 최종 보상 지급금을 손해사정 금액의 60%로 결정한 것과 같은 요율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가 고의 중과실로 화재를 발생시킨게 아니고, 당시 강풍 등 자연력 때문에 피해가 확산된 점도 있었다"며 "인정된 손해액에서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산불 사건과 관련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드리지 못해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고 이례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
한편 2019년 4월 4일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면적 1700배가 넘는 산림 1260.21㏊가 잿더미가 됐다. 또 899억원 상당의 건물과 자동차 등이 불에 타면서 899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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