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인터넷 언론' 심의, 위헌 우려 크다
[민언련 특별 칼럼]
[미디어오늘 유승현 민언련 정책위원·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방심위, 어설픈 가짜뉴스 규제 시도하나
9월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긴급재난이나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을 중심으로 긴급 심의 사안의 경우 신고부터 심의까지 한 번에 진행될 수 있는 '원스톱 신고처리' 등의 직무를 수행”할 것이며, 가짜뉴스 원스톱 심의뿐 아니라 가짜뉴스 모니터링 강화 나아가 인터넷 언론사의 동영상 등을 포함하는 온라인 콘텐츠 심의정책 수립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주축으로 추진되는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 일환으로 윤석열 장부의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인식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습처럼 보인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가짜뉴스 문제는 지속해서 논란이 되어 왔으며, 최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체계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가짜뉴스 문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대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것처럼 가짜뉴스 문제는 간단히 규제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어설픈 규제는 가짜뉴스를 둘러싼 혼란을 가중하고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정의조차 모호한 '가짜뉴스', 규제 불확실성 높아져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허위조작정보', '오인정보', '거짓정보', '패러디·풍자 뉴스', '루머·유언비어' 등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한 개념이다. 그래서 그동안 언론계와 학계에서는 '정치·경제적 이익 등의 목적을 위해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제작 또는 유포된 정보'를 뜻하는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허위조작정보란 대법원 판결이나 당사자가 소송을 포기한 경우처럼 사법부 판결이 있을 때 또는 당사자가 인정한 때, 객관적 자료에 의거한 입증으로 거짓이 확인된 때 등만 명백히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해야 한다. 즉 허위조작정보 역시 개념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매우 논쟁적이므로 그 판단 여부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짜뉴스', 그것도 인터넷 언론사 등 언론보도를 포함한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는 것이 가능할 지 의문이 든다.
인터넷 언론사까지 심의? 위헌 가능성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방향과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설치 과정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가짜뉴스 심의 대상, 범위,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인터넷언론사 콘텐츠 심의는 명확히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현행 법제도를 고려하면 위헌적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1항(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과 제2항(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에서 표현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명백히 사전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여 개인의 인격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에 우선하는 헌법상 지위를 가진다는 것은 명백하다.
또 현재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와 관련하여 논쟁이 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 언론사 콘텐츠가 아니라 인터넷상 불법·유해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법령이다. 「정보통신망법」을 고려하면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는 가짜뉴스를 매우 광범위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법적 근거 없이 인터넷 언론사 콘텐츠도 심의하겠다는 것이 된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대해 방심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도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하여 통신심의를 수행하는 방심위 직무를 넘어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규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과도한 권한 부여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도 심도 깊게 논의해봐야 한다. 방통위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는 매체를 조치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와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방심위 심의를 근거로 시정조치(삭제, 차단)를 요구하고 자율적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 한다. 이렇듯 정부가 가짜뉴스 규제를 통해 인터넷 언론사를 비롯한 언론매체를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규제가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방심위는 불법·유해 정보나 허위정보를 심의하여 인터넷 사업자에게 삭제나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 강제성 없는 시정조치이지만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통상 70~80% 비율로 방심위의 시정조치를 수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 심의를 강화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정부기관의 시정조치를 근거로 자체 가이드라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가짜뉴스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독과점이나 과도한 권한을 고려하면, 가짜뉴스 규제가 정부의 비호 아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콘텐츠 관리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금 질문해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는 결국 언론 자유와 자율성을 침해하고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가이드라인)을 과도하게 확대해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은 법적으로 엄격하며, 정부가 임의로 직접 판단해 규제하지 않는다. 언론보도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국가도 없다.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포괄적 규제로써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법안이지 언론보도를 포함한 가짜뉴스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는 법안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와는 목적과 방향성이 다른 것이다.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근절 대책, 전면 재검토해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비판하는 바는 명확하다.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방향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가짜뉴스를 둘러싼 문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인터넷 언론사를 가짜뉴스의 주체로 지목하고 정부가 가짜뉴스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임의로 판단하겠다는 점은 매우 위헌적이고 반민주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현행 법제도 틀에서도 가짜뉴스 혹은 허위조작정보가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형법과 민법에서 명예훼손죄와 손해배상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공직선거법 등에서도 허위조작정보 등에 대한 규제가 존재한다. 방심위의 방송심의와 통신심의도 과도한 표현물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방향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과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제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제도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짜뉴스를 둘러싼 논란을 야기하는 섣부른 이중규제보다는 기존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
※ 민언련 특별칼럼은?
윤석열 정권이 노골적 공영방송 탄압에 이어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빌미로 '가짜뉴스 근절'이란 명분 아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큰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런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네 번째로 송경재 민언련 정책위원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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