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가스터빈 개조에서 수소혼소 발전으로…한화, 2027년 수소 상용화
10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에 위치한 가스터빈 개조 회사 피에스엠(PSM) 공장. 긴 팔을 가진 노란색 기계장비가 앞에 놓인 가스터빈 부품 이곳저곳을 스캔하고 있었다. 이는 시시엠(CMM·Coordinate Measuring Machines) 레이저 스캐닝 장비로, 가스터빈 부품 형상을 측정해 도면화하는 작업을 한다. 김만호 피에스엠 디렉터는 “원제작사의 도면을 참고하지 않고, 저작권 이슈 없이 부품을 파악해 가스터빈 유지·보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피에스엠 주피터 공장은 가스터빈을 개조해 성능을 높이거나, 주요 부품을 교환·수리하는 대규모 설비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약 4477평(1만4800㎡) 규모에서 공장 엔지니어 150명을 포함해 약 450명이 근무하고 있다. 피에스엠 공장은 가스터빈 부품 200세트를 개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통상 납품까지 15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피에스엠은 지금까지 10개국 이상에서 100건 이상의 가스터빈 개조·개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가스터빈은 고온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가동하는 회전형 열기관을 말한다.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린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임팩트의 한화파워시스템 홀딩스 아래 있는 한화파워시스템, 피에스엠, 토마센에너지는 각각 한국, 미국,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스터빈은 미국 지이(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이 대부분 제조해 공급하는데, 한화파워시스템 등은 원제조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스터빈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5개국·25개 고객사 가스터빈에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사전에 수리하는 24시간 모니터링 센터도 운영한다.
이날 주피터 공장에서 만난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이사(PSM·토마센에너지 공동대표 겸직)는 “해외 제작사 비즈니스 모델은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하다. 가스터빈을 일단 저렴하게 판매한 뒤, 천문학적으로 비싼 유지·보수 비용을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며, 그 빈틈을 공략해 보다 낮은 가격에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화파워시스템 등은 “프로덕트(상품)를 판매하기보다 테크놀로지(기술)를 판매”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피에스엠이 보유한 특허만 150여개다.
무엇보다, 세 회사는 엘엔지 가스터빈 기술을 발판으로 수소 혼소(혼합연소) 발전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2027년 수소 발전 상용화가 목표다.
수소 혼소는 사용하던 가스터빈에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화석연료보다 높으나 태워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다. 수소 비율이 높을수록, 엘엔지 대체율은 높아지고, 탄소 배출량은 줄어든다. 수소만으로 발전(전소)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은 ‘제로’가 된다. 한화그룹은 2021년 미국 피에스엠,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하며 수소 혼합연소 발전의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4월 한화파워시스템은 한화임팩트, 한국서부발전 등과 80메가와트(MW)급 중대형 가스터빈으로 수소와 액화천연가스 비율을 6대4 비율로 섞어 세계 최고 혼소율인 수소 혼소율 59.9%(한전케이피에스(KPS) 측정)를 달성했다. 엘엔지로만 가스터빈을 돌릴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22% 저감되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6ppm 이하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질소산화물은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국내 엘엔지 가스터빈 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은 20ppm이다.
지난 4월 실증사업에는 피에스엠이 자체 개발한 연소기 ‘플래임시트’가 적용됐다. 플래임시트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기존 가스터빈에 조립하면 수소만으로도 발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손 대표는 “수소, 수소 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진 건 아직 없기 때문에, 이를 보여줘야지만 에너지 전환이 피부로 느껴지고 투자도 이뤄진다”며 “수소혼소율 100% 실증을 연내 대산 공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소 혼소 사업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액화수소 가격이 천연가스보다 비싸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저장과 수송, 운반에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해서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된다는 환경단체 주장도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대안으로 암모니아 혼합연소도 연구하고 있는데, 암모니아 혼합연소 또한 경제성이나 질소산화물에 대한 우려 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손영창 대표는 “질소산화물은 최대한 낮추고 암모니아에 불을 잘 붙게 해 안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암모니아 연소기는 설계가 일차적인 부분은 끝났고 독일 랩(실험실)에서 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피터(미국)/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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