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상한 한국벤처 부대표, 부임 전 5년간 무직…전문성 의심"[2023국감]
신 대표 전문 영화분야, 모태펀드 전체 출자액 중 1% 불과
추천·승인·의결·임명 이틀만에…중기부 장관, 출장 중 구두승인
한국벤처 "공백 기간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후배양성 활동"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9조원에 달하는 모태펀드를 내실 있게 운용한다며 부대표직을 신설했지만, 정작 임명된 신성한 부대표는 직전까지 5년간 무직으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명 절차를 위반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이어 전문성 없는 졸속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 부대표는 한국벤처 주주총회에 제출한 이력서에 2017년 한국벤처 상근전문위원 재직을 끝으로 아무런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한국벤처는 신 부대표의 상세 경력을 제출해 달라는 이 의원의 요구에 “신 부대표가 5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최근 5년간 무직인 신 부대표의 경력은 한국벤처가 기존 사내이사를 부대표로 조정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벤처는 부대표직 신설에 관해 “9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의 위상을 고려해 대표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부대표직 신설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부대표직(사내이사)은 모태펀드를 총괄해 운용하고 특히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진흥계정을 전문성 있게 들여다보는 인사여야 했으므로 이전 사내이사는 중기부 출신의 인사가 주로 임명돼왔다. 하지만 현재는 전문성도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인사가 급하게 임명됐다는 게 이 의원 측 지적이다.
특히 신 부대표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영화분야는 모태펀드 전체로 보면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최근 5년간 모태펀드 누적 출자현황을 살펴보면 총 17조 8000억원 중 중소기업진흥에 7조 7000억원, 혁신모험 3조 6000억원, 문화 1조 4000억원, 특허 1조 3000억원이 쓰였다. 반면, 문화계정과 별도로 운영하는 영화계정은 2376억원으로 전체 출자금의 1.3%에 불과하다.
한국벤처의 모태펀드는 민간자금의 출자를 유도하기 위한 펀드다. 중소벤처기업부·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해 조성하며, 부처별 출자 목적 및 특성에 따라서 운영한다. 올해 9월 기준 약 9조원이 조성·운영 중이고 모태펀드의 회수액도 약 3조 8000억원에 달한다. 민간자금 출자까지 합치면 자펀드는 38조 5000억원 규모다.
이 의원은 신 부대표의 임명과정이 추천에서 승인, 의결, 임명까지 이틀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인사행정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벤처는 지난 21일 유웅환 대표이사가 신 부대표를 추천했고, 같은 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앞선 19일부터 23일까지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하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한국벤처는 추천과 승인이 모두 구두로 이뤄졌다고 했지만, 이를 확인할 어떤 공문서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는 게 이 의원 측 설명이다.
대표이사의 추천과 장관의 승인이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된 후 한국벤처는 21일 곧장 주주총회 소집통지서를 발송했다.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해야 하는 이사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소집통지부터 한 것이다.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10차 이사회는 다음날인 22일 개최됐고, 같은 날 주주총회와 신 부사장을 최종 임명하는 11차 이사회가 모두 같은 날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 의원은 “전문성도 경험도 없는 낙하산 인사를 대표가 구두로 추천하고 장관이 구두로 승인한 것은 최악의 인사행정”이라며 “자격 미달 인사에게 수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 또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는 인물에게 중소·벤처기업의 출자까지 맡길 수는 없다”며 “중기부와 한국벤처는 신 부대표 선임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같은 의혹에 대해 한국벤처투자 측은 “공백 기간 동안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과 후배양성을 위해 다방면의 활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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