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이준석 "대구 국회의원들은 '호랑이' 아닌 '고양이'"···"수도권 해법은 대구가 바뀌는 것"
"수도권 해법은 대구가 바뀌는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18일 "국민의힘의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대구가 바뀌어야 한다"며 "'배신의 정치' 저주를 풀어달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내가 얼마 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게 걸어놓은 묵언 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이제는 대구시민이 '배신의 정치' 저주를 풀고 보수 정치의 스펙트럼을 넓혀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수도권에서는 잘 알려진 일부 정치인을 '배신자'라고 간주해 대구·경북에서 거부하고 있는 현상이 사라져야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승부를 보고,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특히 당을 향해 쓴소리하는 사람을 '배신의 정치' 또는 '내부 총질'이라는 단어로 매도한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구 12명의 국회의원은 모두 '고양이'"
이 전 대표는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을 두고, 당을 향해 쓴소리 한마디 못 하는 이른바 '새끼 고양이'에 비유했습니다.
대통령이나 큰 정치인을 호랑이라고 한다면, 대구에는 호랑이가 될 만한 재목이 없고, 그저 고양이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이 전 대표는 "대구의 많은 국회의원들은 비겁하게 이야기한다. '준석아, 내가 초선이고 재선이어서 힘이 없어서 그렇지. 3선, 4선 하면 할 말 다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은 다 고양이다. 계속 키우면 비만 고양이만 될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초선 때부터 호랑이였기 때문에 자신을 국회의원 만들어 준 사람에게 할 말을 했고,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초선 때 새끼 호랑이의 행보를 보였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지금 앉아서 밥만 먹는 대구·경북 고양이는 안 된다. 호랑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가 오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을 고양이라고 해서 어떤 기사가 날지 두려워해야 하는데, 두렵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해서 200석 내줘서 패배한다면, 내가 한 말을 두고 대구 국회의원이 나에게 뭐라고 한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뭐가 다르냐?"면서 "보수가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구 정치는 '고관대작 지향형'"
대구 국회의원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며 대구 정치인들은 '고관대작 지향형' 정치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공무원을 국회의원 만드는 도시가 어디 있나? (대구 국회의원 가운데) 경찰청장 출신 2명, 기재부 차관 출신 2명, 판사 출신 1명, 검사 출신 1명, 시 공무원 출신 3명, 구청장 출신 1명 등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의 창의성을 발하겠냐?"고 꼬집었습니다.
"대구시장을 아직도 서울에서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하다가 이제는 고려대 나온 분이 하고 있는 문화가 생겼다. 고등학교 이후 서울 올라가서 대구 본 적 없는 분이 시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광주는 이미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광주는 전남대, 조선대 나온 분이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밀착한 사람이 (광주)시장을 하는 문화가 있다. 대구에서도 그런 문화를 만들어 대구 문제를 잘 아는 사람들이 지방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누가 출마하려고 하면 '자네 벼슬이 몇 품인가? 차관까지 하고 나왔나? 청와대 비서관 하고 나왔나? 이런 것을 따진다"며 대구 정치 지형이 '고관대작 지향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싸울 줄 알고, 방송에서 말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천하람 변호사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대구 사람인 천 변호사를 대구 지역에 출마할 수 있도록 촉구해달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의 거취는?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여기(서울 노원 병)서 뛰어 국회의원이 되는 게 목표"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준석 대구 출마설'에 대해 "대구에서 정치하겠다는 건 죽자 살자, 멱살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쉬운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대구에 어떤 배 나온 아저씨가 강경보수라고 언론에 이야기하고 도저히 수도권에서 선거를 뛰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면 그 사람을 잡으러 나오겠다"라며 지난번 "나쁜 사람과 붙겠다"는 발언을 한 번 더 언급했습니다.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
신당 창당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에는 "보수가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해달라"면서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나를 비대위로 불렀을 때, 100일 만에 선거 판도가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100일이면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일 100일 전에 신당 창당 등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대통령이 (앞으로) 80일 정도 기간 여유 있게 변해야 한다. 바뀔 수 없다면 변한다는 방향성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이 남은 180일의 기간을 허무하게 보낸다면, (내가) 정치의 다른 의미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밝혀, 국민의힘과 이별할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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