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어떻게 언더독에서 최종 우승자 됐나...하석진이 밝힌 플랜
배우 하석진(41) 씨가 '뇌섹남' 수식어를 공고히 했다. tvN '문제적 남자' 등에서 활약하며 연예계 대표 브레인으로서 이미지를 보유하게 된 그는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명성을 입증했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두뇌)을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 지난달 26일 첫 공개 후 6일간 23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 10 TV쇼(비영어) 부문 3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켰고, 일본, 홍콩, 아랍에미리트, 터키, 태국, 말레이시아 등 23개국 톱 10 리스트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데블스 플랜'은 지난 10일 최종회인 10~12화를 공개하며 치열했던 두뇌 경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화에서는 마지막 '상금 매치'에서 승리한 두 명의 플레이어, 하석진과 궤도의 뜨거운 '최종 매치'가 진행됐고, 치열한 접전 끝에 2회전 게임인 '헥사곤'을 마지막으로 하석진 씨가 최종 우승하며 상금 2억 5천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하석진 씨는 최근 진행된 '데블스 플랜' 우승자 인터뷰에서 "12명의 출연자와 일주일 동안 합숙하면서 모두가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고, 저는 단지 끝에 살아남아 상징적으로 가져간 것뿐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우승은 전혀 예상 안 했다. 아무래도 총명함도 전보다 떨어져 있을 거고, 출연자로서 역할을 하려고 했지 우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많이 안 했다. 우승 욕심이 없어서 밉상 플레이를 많이 안 할 수 있었던 거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상금에 대해서는 "계좌에 그대로 있다"라며 "어떻게 사용할지 아직 생각하고 있다.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 상금을 받았지만 방송이 공개되기 전이어서 스포일러가 될까 봐 티 낼 수도 없었다. 실제로 어딘가에 쓰겠다는 마음도 들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우승까지 가는 여정에는 예측 불가한 승부로 매회 명장면이 탄생했지만, 하석진 씨가 피스의 비밀을 풀고 감옥에서 숨겨진 미션 '블라인드 오목'을 발견한 장면은 특히 결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하석진 씨는 다른 출연자들은 모르는 이 미션에 도전해 외로운 싸움 끝에 승리했고 피스 열 개를 획득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뭘 할지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드라마로 치면 내일 너무 중요한 신 때문에 연습을 수 백 번 해서 툭 치면 대사가 나올 정도인데, 감정이 안 나올까 걱정한다. 그만큼 내일 아침에 뭐가 나올지 아니까 공포스러웠다. 그전에는 포맷 상태에서 게임을 받고 누가 빨리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지가 관건인데, 오목은 어떻게 이겨야 하나 싶었다. 이기면 플레이어로서 득이 되고 방송으로도 극적인 장면이 되는 걸 아니까, 그런 압박이 한꺼번에 왔기 때문에 제게 있어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감옥에 가는 것까지 계산한 플레이였냐'는 질문에 하석진 씨는 "일단 감옥을 가는 것까지 보장은 안 됐지만 후반부에서 '강탈'을 사용할 수 있었다. 굳이 다른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는 거보다 나한테 능동적으로 쓸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피스를 쓰면 두 개 남는 사람이 나랑 이시원 씨밖에 없었다. 그것을 나만 알고 있는 게 짜릿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알리지 않았다. 출연자로서 극적일 것이라 생각한 것도 있고, 후반부에 아귀가 들어맞았다"라고 말했다.
이시원 씨와 설레는 브레인 케미스트리도 시청자의 몰입을 높인 시청포인트였다. 하석진 씨는 "나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감정적으로 엮인 사람 중 한 명이 이시원 씨라고 생각했다. 피스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면서 저한테도 같이 풀자고 얘길 했을 때, 가장 강력한 비밀을 공유하다 보니까 감정적으로 의존하게 된 거 같다"라며 이시원 씨와 유대감을 얻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시원 씨 탈락 후 눈물을 흘리는 하석진 씨의 모습도 그간의 냉철한 모습과는 또 달라 눈길을 끌었던 장면이다. 그는 "마치 조선 시대에 적과 전투하다가 둘만 남고, 성 밖에 적들이 있고, '둘이서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걸 고민하다가 정말 한 명만 남은 기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감옥이 되게 외로운 공간이었다. 그동안은 두 명이 있었기에 버텼는데 저는 혼자 있으려니 폐소공포증 같은 게 생기겠는데 싶은 정도였다. 처음으로 감정이 격동한 날이었다. 왜 인사도 못 하게 하나 싶었다. 양치하면서도 막 울었더니 결국 스태프들이 올라왔다. 실제로는 이틀 뒤 결승전에 만났는데, 그 순간만큼은 지나온 5일의 시간이 5개월처럼 느껴졌다"라고 회상했다.
프로그램 시작할 때만 해도 하석진 씨는 언더독에 가까워 보였다. 피스의 개수나 존재감으로 볼 때 약자는 아니었으나, 다수 연합의 맹공 탓에 우승까지는 어려워 보였다. 김동재 씨나 곽준빈 씨, 궤도 씨 등에 비해 초반 활약이 미진하기도 했다.
그는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거 같다. 초반엔 누구나 탈락할 수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탐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면서 "한 20명이 육상 경기를 하고 있으면 저는 11~12번째 뛰는 플레이어였는데, 피스를 푼 뒤 선두권으로 갈 가능성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러면 더 잘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감옥 미션으로 보상을 받고 난 뒤에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라고 플레이어로서 각성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저는 궤도 씨의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에게 의존하는 플레이어를 왜 끊어내지 않고 다 받아주느냐는 비판이었다. 그래서 방송으로서 흥미로움과 재미를 없애는 플레이를 왜 하느냐는 얘기를 한 거다. 궤도 씨에게 직접적으로 '왜 이런 플레이를 하느냐'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뿐이니까. 다만 의존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는 얘기를 한 거였다. 곽준빈 씨는 방송을 했던 사람이라 말이 통할 거 같아서 '피 안 묻힌 칼 역할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런 분위기를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각자가 실력껏 플레이하자는 뜻에서 '빌붙어 플랜'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게 인터넷에 얘기가 많이 됐더라."
그러면서 하석진 씨는 "왜 버스를 운전하냐고 할 순 없다. 궤도 씨가 원한 방식일 뿐이다. 저는 그 버스에 탄 플레이어들에게 '왜 스스로 운전하지 않고 승객이 되려고 하느냐'라고 지적한 것뿐이다"라고 거듭 설명했다.
하석진 씨는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게임에 임할 뿐 아니라, 방송의 출연자로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물고 뜯는 것을 더 즐긴다. 궤도 씨의 플레이 그런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했던 거 같다. 시청자들이 열광할 수 있는 요소를 줄였고 누군가에게는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 거 같다. 하지만 그게 과연 마이너스만 될까. 새로운 방향의 흐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앞으로 이런 걸 방지하는 장치가 생길 수도 있고, 게임의 차원을 바꾸는 플레이였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더불어 함께 출연한 박경림 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0대나 20대 시청자들이 누가 더 슈퍼 플레이를 하느냐를 집중적으로 봤다면 좀 더 인생경험이 있는 분들은 박경림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느냐에 더 시선이 가셨을 것이다. 저도 플레이를 하면서 박경림 씨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눈길이 갔다. 어떻게 지금의 그 자리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박경림 씨의 모습에서 정말 배운 게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데블스 플랜'에서 우승한 하석진 씨도 40대에 접어들면서 '그게 뭐였지?'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됐다며, 이제는 두뇌를 발전시키기보다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털어놨다. 총명함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안일해지는 거 같다. 요즘 저는 외국어도 공부하고 있고, 요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스스로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안 돼'라며 놓아 버리는 마인드에서 빠져나오는 게 중요하다. '난 아직 배울 수 있다', '이건 내가 고등학생보다 빨리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게 필요한 거 같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좋은 거 같다."
하석진 씨는 본업인 연기에 있어서는 '바보 역할'이 더 좋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그는 '뇌섹남' 이미지에 대해 "만약에 드라마나 작품에서 두뇌 플레이어 역할을 맡으면 시청자나 관객에게 신뢰감이 드는 캐스팅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바보 같은 역할 하는 게 좋긴 하다. 하하. 대중의 시각이 얽매여 있지 않으면 좋겠다"라며 웃음 지었다.
[사진 = 넷플릭스 제공]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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