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조현철 감독의 예감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3. 10.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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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조현철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떠한 예감은 가끔 현실이 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자신을 부르고, 또 그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올 거란 강한 예감. 조현철 감독에게 ‘너와 나’가 그 예감 중 하나였다.

25일 개봉되는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D.P.’ 시리즈에서 조석봉 역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조현철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첫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너와 나’는 구상부터 개봉까지, 약 7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그만큼 조현철 감독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2016년이다. 개인적인 사건으로 죽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는 조현철 감독은 문득 ‘너와 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출발한 ‘너와 나’는 세월호를 포함해 여러 아픔들로 외연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건의 비극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느꼈다. 제 이야기가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제 인생에서 어떤 사건을 겪고 나니 세월호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제가 외면하고 잊으려고 했던 기억들에 대해 다시 끌리게 됐고, 그때부터 사회적으로 일어난 비극의 이야기에 제 이야기를 엮어 넣으려고 했다. 세월호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제 삶의 이야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조현철 감독은 하은이처럼 누군가의 죽음에 아파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너와 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갔다.


여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인 만큼 조현철 감독은 직접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생들을 취재(?) 하기도 했다. 조현철 감독은 이에 대해 “일단 기존 콘텐츠들에서 그렸던 전형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미우면서도 사랑스럽고, 슬프지만 웃기기도 한 복합적인 면들이 중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전형성을 탈피하고 여자 고등학생들의 복합적인 면을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조현철 감독은 “배우가 가진 생동감이 중요했다”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배우가 자기의 말을 할 수 있어야 했다”라고 캐스팅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현철 감독의 기준에 따라 배우 박혜수, 김시은이 각각 세미와 하은의 옷을 입게 됐다. 친구이지만, 마냥 친구라고만 할 수 없는 세미와 하은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이 두 배우의 말로 ‘너와 나’에 담겼다.

‘너와 나’에는 상징적인 사물과 묘사가 가득하다. 특히 반복적으로 삽입된 거울 장면은 세월호와 연결돼 있다. 조현철 감독은 “어떤 상징을 가진 사물들이 분명히 있다. 저는 사물이 가지는 의미보다는 그 사물에 깃든 이야기들이 더 중요했다”면서 “거울을 단원고 근처 원고잔 공원에서 가져온 소품이다. 그 거울에는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아이들의 모습이 맺혀 있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7년 동안 품에 가지고 있던 ‘너와 나’의 개봉을 앞둔 조현철 감독은 꽤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감회가 새로울 거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조현철 감독은 “이 이야기를 쓸 때부터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게 될 거란 예감이 있었다. 그래서 투자가 결정됐을 때 특별히 기뻐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그 예감은 조현철 감독에게 어떠한 확신과도 같았다. 조현철 감독은 이에 대해 “제가 하은이로 대표되는 사람들을 위로하겠다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돌이켜 보면 제가 세미와 하은이에게 위로를 받았다. 이 이야기의 힘은 그런 거였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도 똑같이 위로를 받지 않을까 확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너와 나’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조현철 감독이다. 조현철 감독은 ‘너와 나’ 이후에도 연출에 계속해서 도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너와 나’도 제가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이야기가 저를 부른 느낌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살면서 2~3개 정도는 더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모두들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며 살잖아요. 저 역시도 그랬어요. 전에는 저도 더 유명해지고 싶었고, 유명한 상업영화에 출연해서 주목받고 싶었죠. 이제는 조금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이 가요. 타인의 고통이라거나 비극적으로 일어났던 사고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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