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우크라戰엔 반응하던 연준, 이·팔 전쟁에는 침묵하는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즉각 반응했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현 상황에서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한쪽을 편드는 인상을 풍기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7일(현지 시각) CNN방송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와 관련해 언급했다. 월러 이사는 당시에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당시 세계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월러 이사는 공개행사에서 아무런 관련 발언도 하지 않았다. 전쟁 뒤 두 번째 공개석상에서야 “큰 파급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준 인사 중 부의장인 마이클 바와 필립 제퍼슨, 미셸 보먼 이사,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은 지난주DP 공개 발언을 했는데도 이스라엘 전쟁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른 인사들은 질문을 받을 때만 관련 답변을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지난주 한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연 말미에서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엄청난 가격의 움직임이 보였는데,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해서는 훨씬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의 태도와 비슷하게 월가도 ‘관망’(Wait and See)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전과 이스라엘전에 대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연준 대변인은 언급을 거부했지만 중동 지역에서의 충돌이 현 상황에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산유국이 아니고, 이란이 개입한다고 해도 세계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의 3분기 하루 석유 수출 규모는 140만 배럴로, 전 세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4%에 머물렀다. 반면에 러시아는 세계 두 번째 원유 수출국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자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 가격의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번 전쟁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카토연구소의 제임스 돈 수석연구원은 “이것(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많은 사람에게 훨씬 감정적인 일”이라면서 “연준 인사들이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처럼 이번 사태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이먼 CEO는 지난주 3분기 실적 발표 때 “지금이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본 것 중 가장 위험한 시기일지 모른다”면서 전쟁이 에너지 및 식량 시장, 세계 무역, 지정학적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란과 레바논, 시리아 등이 개입하는 다국적 전쟁으로 확대할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럴 경우 전 세계 하루 해상 석유 수출량의 37%가 이동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중동 원유 수출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컨설팅회사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실시된 2022년보다 더 많은 수요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연료 가격으로 2022년 3월 이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에 놓인 미 소비자들이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고,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다시 고려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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