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자율방재단 복장 구매 입찰 의문투성이

안경호 2023. 10.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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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모자 1710개씩 발주하면서 
치수별 수량 등 수요 조사 생략 
일선 자치구 "조끼 부족하지 않아" 
견적 조사도 대충 단가 후려치기 
납품업체 "생돈 날릴 처지" 하소연
광주광역시청사 전경.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지역 자율방재단 활동 복장(여름용 조끼·원형 모자) 지원 사업이 의문투성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해당 복장 구매를 위한 입찰을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수요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납품 가격(총액 기준)도 (재)방재문화진흥원이 전국자율방재단연합회로부터 위탁받아 판매하는 기성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후려쳤다. 멋모르고 낙찰받은 제조 업체는 "계약 체결 후 제작·납품하려고 봤더니 생돈 수천만 원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시는 복장(물품) 구매 입찰 공고를 띄우면서 과업지시서도 내놓지 않았다. 주먹구구식 행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시는 4월 12일 자율방재단 녹색 여름용 조끼 1,710벌과 같은 색상의 원형 모자 1,710개를 구매하기 위한 입찰(2인 이상 수의 견적) 공고를 냈다. 예산(기초 금액) 4,497만3,000원을 기준으로 예정 가격 이하 낙찰 하한율(88%) 이상 최저가 견적을 제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겠다는 게 공고의 주된 내용이었다. 광주시는 입찰 결과 3,928만289원을 써낸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복장 구매 공고에 앞서 시행했어야 할 수요 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자율방재단원(1,496명)을 대상으로 현재 수량과 실제 수요량, 치수별 수량도 파악하지 않은 것이다. 일선 자치구에선 여름용 조끼를 두고선 "부족하지 않다"거나 "오히려 남아돈다"고 밝히고 있지만, 광주시는 이런 실태 파악도 생략한 채 구매 공고를 띄웠다. 이러다 보니, 여름용 조끼의 치수별 납품 물량을 제시해 달라는 A사의 요구에 담당 공무원은 "통상적인 수량으로 제작하라"는 황당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지역 자율방재단 활동 복장(여름용 조끼) 납품 계약을 맺은 A사가 직접 구한 견본(왼쪽)과 이를 토대로 만든 시제품(오른쪽). A사는 광주시가 견본을 제시하지 않아 모 자치구 자율방재단을 통해 견본을 확보한 뒤 시제품을 제작했다.

그렇다면 복장 구매 수량과 단가는 어떻게 산출된 것일까. 광주시는 당초 여름용 조끼 967벌과 같은 수량의 원형 모자를 방재문화진흥원에서 구매한 뒤 자율방재단에 지원하기로 했다. 방재문화진흥원 공급 단가(여름용 조끼 2만8,000원 원형 모자 1만8,500원)로 예산 규모만큼 구매 물량을 산출한 것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돌연 예산 증액도 없이 여름용 조끼와 원형 모자 구매 물량을 1,710벌과 1,710개로 늘려서 입찰 공고했다. 여름용 조끼와 원형 모자 단가를 각각 1만4,300원과 1만2,000원으로 후려친 것이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감사위원회가 원가 심사 과정에서 시장(견적) 조사 결과를 반영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시의 견적 조사 결과가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광주시가 지역 근무복 제작 업체 10곳을 상대로 실시한 견적 조사에서 견적서를 제출한 곳은 1개 업체뿐이었다. 그런데도 광주시는 이 업체가 뽑은 저가 견적 단가대로 두 물품 구매에 필요한 기초 금액을 산출했다. 이 기초 금액은 방재문화진흥원 공급 가격(총액 7,951만5,000원) 대비 56%에 불과했다. 광주시가 이미 방재문화진흥원 판매 단가를 확인해 놓고도 이 업체 견적이 적절했는지 비교 검토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이 업체가 이번 입찰엔 참여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로부터 견적 요청을 받은 이 업체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견적을 대충 뽑아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방재문화진흥원 관계자는 "광주시 단가로는 (금액이 너무 낮아) 도저히 해당 물품을 제작할 수 없다"며 "광주시가 이 단가로 물품 구매 발주를 한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물품 구매 발주 당시 단가가 낮게 형성됐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면서도 "입찰 당시 (단가 적절성에 대한 투찰 업체들의) 문의가 없어서 적정 단가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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