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 인천 찜질방도 ‘빈대 비상’…3500년 전 이집트 무덤에서도
살충제 내성 생겨 2000년대 초부터 급격히 늘어
‘빈대의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 이어 국내 찜질방에서도 빈대 여러 마리가 발견돼 행정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파리의 빈대 사태에 이웃 나라 영국에서는 탐지견을 이용한 해충방제회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도대체 이 많은 빈대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최근 과학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파리의 상황을 전하며 빈대가 어떤 동물이고, 왜 다시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지 소개했다. 매체는 빈대가 성가시기는 하지만 질병을 옮기지는 않으며 일반적으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보다는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성가신 곤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를 방문한 누구라도 이 ‘흡혈 히치하이커’를 집으로 데려갈 수 있다. 만약 빈대를 완벽히 피하고 싶거든 숲 속 오두막을 사서 절대 나오지 않고 숨어있는 것”이라면서 빈대의 놀라운 이동능력을 강조했다.
빈대는 지금은 사용이 금지된 강력한 살충제인 디디티(DDT)가 널리 배포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로 인간의 일상에서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말까지 빈대가 극성이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1940~70년대를 지나며 국내서도 모습을 감췄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디디티에 내성이 있는 새로운 빈대 개체군이 나타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미국 뉴욕과 홍콩, 파리를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 폭발적인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2016년 출간된 과학전문기자 브룩 보렐의 책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에서도 뉴욕의 빈대 발생 건수는 2004년 82건이었으나 6년 뒤인 2010년에는 4808건으로 늘어났다면서 빈대가 빠른 속도로 도시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또 세계 각국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항공, 항만 등을 통해 빈대를 매일 전 세계로 퍼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도시 곤충학자 재커리 드브리스 조교수는 “빈대는 인류의 기록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매체에 말했다. 심지어 3500년 이상 된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무덤에서 빈대의 작은 유골이 발견됐을 정도다. 빈대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과학자들은 약 25만년 전 동굴 속 박쥐를 숙주로 삼았던 빈대들 일부가 동굴을 거처로 삼은 초기 인류로 숙주를 갈아타면서 세상으로 따라 나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드브리스 조교수는 “파리의 빈대들도 단기간에 나타난 것이 아닐 것이다. 제 생각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제가 있었으나 빈대가 우연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주목을 받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빈대는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빈대(bedbug, Cimex lectularius)가 포함된 빈대과 동물은 총 100여 종에 이른다. 성충 빈대는 적갈색에 날개가 없고 몸은 납작하며, 몸길이가 1~6㎜ 정도로 작다. 온혈동물의 혈액을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데, 특히 사람의 침대 매트리스나 소파 등 섬유에 숨어있다가 피를 빨아 ‘침대 벌레’라고 불린다.
빈대는 표적을 찾으면 머리에 부착된 바늘 모양의 관을 피부에 찔러 따뜻한 피를 빨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마취제와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항응고제가 포함된 단백질을 다량 주입하게 되고 이것이 인간에게는 발진과 심각한 가려움증을 일으키게 된다. 물린 자국은 원형 혹은 길게 늘어선 형태를 보이는데 가려움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다만 말라리아나 발진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 등과 달리, 매개하는 질병이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빈대는 기이한 짝짓기 방법으로도 유명한데 성충 수컷은 낫 모양의 성기로 암컷의 복부를 찔러 직접 몸에 정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교미한다. 이후 정자는 암컷의 순환계를 통해 난소로 들어가 수정된다. 암컷 빈대는 최대 1년까지 생존하며 보통 하루에 1~7개의 알을 낳아 몇 주 안에 수백개의 약충(애벌레)을 생산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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