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회전에서 탈락한 앨리시아 팍스, 경기 평균 더블폴트 9.15개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앨리시아 팍스(미국, 54위)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오픈 1회전에서 탈락했다. 최근 출전한 3대회에서 모두 1회전 탈락이며, 9월 이후 성적은 1승 6패다.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진 앨리시아 팍스다.
팍스는 지난 주 끝난 코리아오픈에서 6번 시드를 받고 출전했다. 그녀가 1회전 경기를 치렀던 날은 10월 9일 한글날 휴일로 예상 외로 많은 관중들이 찾았다. 팍스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큰 키, 그리고 유달리 발달된 하체(엉덩이) 근육은 상대 선수였던 폴리나 쿠데르메토바(러시아)에 비해 눈에 띄었다. 하지만 1회전 만에 팍스의 올해 코리아오픈 단식은 종료되고 말았다. 팍스는 그 경기에서 무려 19개의 더블폴트로 자멸하고 말았다.
팍스는 타고난 강서버다. 2023년 10월 16일 기준, 올해 가장 많은 서브 에이스를 기록한 여자 선수는 캐롤라인 가르시아(프랑스)다. 가르시아는 전체 62경기에서 449개의 에이스를 터뜨렸다. 2위는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로 439개(57경기), 3위는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388개(65경기) 순이다.
누적 에이스는 경기 수가 많은 선수일수록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다. 많이 이겨서 대회 끝까지 살아 남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적 에이스 상위권에 위치한 선수들은 대부분 세계 상위랭커들이다.
2023년 기록으로 에이스 랭킹 10위 안에 위치한 선수들은 대부분 세계 40위 이내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팍스는 세계랭킹 54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263개의 에이스를 성공시키며 누적 에이스 부분 8위에 올라있다.
팍스의 올해 출전 경기 수는 33경기(트란실바니아오픈 미포함)뿐이다. 총 25개의 대회에 출전해 33경기만 소화한 것이다. 예선 성적까지 포함해 팍스의 시즌 성적은 18승 25패에 불과하다. 올해 초 깜짝 우승했던 리옹오픈을 제외한 팍스의 나머지 시즌 최고 성적은 8강(1회)이다.
그럼에도 팍스는 263개의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2023년 경기당 평균 에이스는 7.97개에 달한다. 평균으로 계산한다면 팍스가 1등이다. 리바키나(7.70), 가르시아(7.24) 정도 만이 팍스와 함께 평균 7개 이상의 에이스를 성공시키고 있다.
2000년 12월 31일생인 팍스는 현재 22세의 젊은 선수다. 세계 톱 100에 처음으로 진입한 시기는 1년이 채 안 되는 2022년 12월 2주다. 이전에는 ITF, WTA 125 대회에서만 주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팍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WTA 투어 대회에 출전 중이다. 그럼에도 팍스는 누적 에이스 랭킹에서 2021년 95위(47개), 2022년 91위(42개)를 기록했다. 21, 22년 모두 WTA 투어 출전 경기 수는 6경기뿐이었다. 경기당 평균 에이스는 여전히 7개를 넘어간다. 적어도 한 경기에서 서브 에이스로만 7포인트를 따낼 수 있는 확실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테니스에서는 서브가 강한 선수일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강서브를 위해서라면 큰 키와 긴 리치가 필수적이다. 여자 선수일수록 키가 큰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세계 정상권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랠리 운영 위주인 여자 경기에서 강한 서브 한 방은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특별한 무기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팍스는 185cm로 여자 현역 선수 중 세 번째로 키가 크다.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그녀의 신체적인 조건은 경쟁 선수들에 비해 분명 유리하다.
2023년 서브 에이스 순위(WTA 투어 이상, 10월 16일 기준)
( 이름 / 누적 에이스 평균 에이스 / 누적 더블폴트 평균 더블폴트 )
캐롤라인 가르시아 449 7.24 / 201 3.24
엘레나 리바키나 439 7.70 / 166 2.91
아리나 사발렌카 388 5.97 / 256 3.94
정친원 319 6.38 / 212 4.24
류드밀라 삼소노바 318 5.68 / 251 4.48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 270 5.00 / 130 2.41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 265 4.91 / 357 6.61
앨리시아 팍스 263 7.97 / 302 9.15
코코 고프 255 4.11 / 188 3.03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231 6.42 / 162 4.50
하지만 팍스가 세계 정상권에 도전하기란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그녀의 더블폴트의 평균 수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팍스의 누적 더블폴트는 302개로 전체 2위다(1위 알렉산드로바 357개). 그런데 경기당 평균 더블폴트는 무려 9.15개에 달한다(알렉산드로바 6.61개). 평균 더블폴트가 7개가 넘어가는 선수는 팍스가 유일하다.
팍스는 본인의 서브 게임에서 더블폴트로만 약 9포인트를 실점하고 있다. 9포인트라면 2게임 정도를 내주는 셈이다. 경쟁 선수가 참 편안하게 득점할 수 있도록 팍스 스스로가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만다. 팍스의 서브는 ‘모 아니면 도’인 셈인데, 올해 서브 지표를 종합한다면 ‘도’보다도 못한 ‘빽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경기당 평균 더블폴트의 빈도는 지난 2년에 비해 더 좋지 않아졌다.
여자 선수의 최근 52주 기록을 다루는 Wheeloratings에 따르면 팍스의 서브 게임 승률은 71.6%다. 그런데 리시브 게임에서는 승률이 22.7%까지 떨어진다. 기본적인 리턴 게임 능력은 경쟁권 다른 선수들에 비해 높지 않다. 결국 팍스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강력한 서브로 이겨내야 하는데, 팍스는 에이스보다 더블폴트가 더 많으니 승리하기 매우 어려워지고 마는 것이다.
팍스는 강서버 기질을 타고났다. 그런데 정확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리턴 게임 승률에서, 서브 정확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팍스는 계속해서 현재 정도 위치에서만 머무를 것이다.
현재 WTA를 대표하는 ‘정확도 높은 강서버’는 엘레나 리바키나다. 리바키나도 2019년 이전까지는 영점이 도통 잡히지 않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서브의 영점이 잡히며 세계 3위권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팍스도 리바키나처럼 될 수 있을까? 그녀의 세계랭킹이 수직상승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그녀의 서브 영점이 잡힌 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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