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중동 정세에도 ‘강 건너 불구경’ 美연준, 이유는? [디브리핑]

2023. 10. 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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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지에 집결한 이스라엘 군인과 탱크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양측 간 전쟁이 열흘 째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렇다 할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잇달아 위원들이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던 것과는 확연히 온도 차가 느껴진다.

17일 CNN방송은 전쟁 이후 연준 부의장인 마이클 바와 필립 제퍼슨, 미셸 보먼 이사, 로리 로던 댈러스 연은 총재 등이 공개 석상에 섰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미국은행협회 연례회의에서 전쟁에 대해 “예상치 못한 정말 골치 아픈 일”이라면서도 “모든 피해자분들에게 마음이 쓰인다”고 말해 전쟁으로 인한 희생에 초점을 맞췄다.

CNN은 연준 인사들이 중동 사태와 관련해 조용한 이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재계와 학계 인사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확률은 48%로 3개월 전 54%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WSJ은 경기침체 확률이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중순 이후 1년여 만이라고 전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6~11일 진행된 것으로, 전쟁에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일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 전쟁 직후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두번째 공식 석상에서야 “큰 파급효과가 있지 않는 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와 곡물생산국인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글로벌 시장이 들썩였던 것과 달리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은 직접적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주변지역은 원유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에 따른 국제사회의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가 거론되긴 하지만, 하루 생산량은 약 140만배럴로, 글로벌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우크라 전쟁이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든, 지정학적 사건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매커니즘은 유가나 원자재 가격 등을 통해서”라며 “러시아 전쟁에 비해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일과 관련해선 훨씬 움직임이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동 지역 불안으로 유가가 일부 불안정하더라도 이미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충분한 원유를 자체 생산하는데다, 견조한 고용과 안정돼가는 인플레이션 등 미 경제 체력이 탄탄하다는 자신감도 연준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미 경제는 규모를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글로벌 충격에 훨씬 더 탄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우크라 전쟁이 초당적 지지를 받은 것과 달리 이번 전쟁은 쉽사리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 쉽지 않단 지적도 있다.

연준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카토연구소의 제임스 돈 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많은 사람에게 훨씬 감정적인 일”이라며 “연준 인사들이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확대돼 미국과 중동 지역 전체를 빨아들일 경우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지금이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본 것 중 가장 위험한 시기일지 모른다”며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 무역, 지정학적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에 하나 이번 사태로 전세계 하루 해상 석유 수출량의 37%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중동 원유 수출은 중단돼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컨설팅업체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실시된 2022년보다 더 많은 수요 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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