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우위 지속되지 않아…삼성, 제2의 신경영 필요"

김응열 2023. 10. 18. 14: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학회, 삼성과 故이건희 3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 개최
마틴 교수 “덩치 키우기 바쁜 기업들…인재 관리에 집중해야”
“성과에 보상하고 혁신에 투자…삼성 성공 이끈 ‘KH 리더십’”
JY 시대 위한 ‘제2의 신경영’ 제언도…”지속적 변화 추구해야”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인재 제일주의가 지금의 삼성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올해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영 혁신에 나선지 30주년이 되는 동시에 고인의 3주기이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에 맞춰 이건희 선대회장의 리더십과 사회공헌,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경영학회 주관, 삼성 후원으로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사진=삼성전자)
인재와 혁신 향한 투자…삼성 성공이 주는 교훈

이날 마틴 교수는 “대다수 기업은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반면 인재 육성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적게 할애한다”며 “인재를 키우고 인재들이 회사에서 핵심적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행복 연구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인정받길 원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부품이 아닌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느끼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현대 기업들이 직면한 이런 과제는 과소평가하면 안될 중요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간 삼성은 성장의 중심에 인재육성이 있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마틴 교수 역시 삼성의 이러한 노력이 성공의 비결이었다며 다른 기업들에도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당부한 것이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후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사에 참석한 스콧 스턴 미국 MIT 경영대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보여준 리더십을 ‘가능을 넘어선 창조’의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한국 기업들이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스턴 교수는 △깊은 성찰에 기반한 미래 비전을 구축하는 ‘가능성 그 이상의 탐색’ △기술의 경계를 개척하기 위해 혁신과 디자인에 투자하는 ‘가능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량 강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불가능 극복’ 등을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을 이루는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스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깊은 탐구와 성찰에 보상을 주는 사고방식과 조직문화 육성을 비롯해 디자인·혁신 관련 투자 장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단력 등을 바탕으로 삼성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며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건희 선대회장의 리더십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영원한 1등 없어…신경영 승계 동시에 발전시켜야”

석학들은 삼성의 미래를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리타 맥그래스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경영’을 승계하는 동시에 현 시점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영원한 위기 정신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꾸준한 연구, 조직 내 투명한 정보 공유, 미래 기회 발굴 중심의 리더십 확보 등을 주문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기업의 경쟁우위에는 수명주기가 있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경쟁우위는 지속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가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미래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삼성에 대한 신세대의 전반적 관심도는 줄었지만 삼성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기술과 인재, CSR 활동의 효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머인 신세대를 포용할 ‘디지털 경영’ △1인 10색의 신세대 취향을 저격할 ‘개성 경영’ △세대 간 차이를 초월할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콜라보 경영’ △신인권세대인 신세대 가치관을 이식할 ‘인권경영’ 등을 주문했다.

행사에서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외적인 성과에도 초점을 맞췄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르네상스인 이건희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작품과 사회 기부 활동을 소개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개인 소장 미술작품 등 2만3000여점을 국립기관에 기증한 바 있다. 감염병 및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등에 약 1조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은 비(非)경영 분야에서도 한국에 유례없던 유산을 남겼다”며 “미래의 삼성은 인간의 가치가 존중되고 창조성 넘치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