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부활한 메르데카컵, 트로피는 단 1승한 타지키스탄의 품으로
메르데카컵, 클래식 축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대회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가 1957년 처음 개최한 이 대회는 한때 킹스컵과 박스컵 등을 묶어 아시아 3대 대회로 불리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쇄락과 함께 이름을 잃어버린 메르데카컵이 10년 만에 다시 열려 정상의 주인공을 찾았다.
타지키스탄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자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루스탐 소이로프와 샤롬 사미예프의 연속골에 힘입어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타지키스탄이 메르데카컵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소련의 일원으로 축구계에서 활동했던 타지키스탄은 지난해 킹스컵에 이어 메르데카컵까지 연달아 우승해 아시아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 대회 모두 결승전 상대가 말레이시아였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킹스컵 결승전에서 타지키스탄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메르데카컵에서 설욕을 다짐했던 말레이시아는 이번 준우승으로 공동 최다 우승(한국·말레이시아 11회)의 꼬리표를 떼는 데 실패해 아쉬움이 더욱 컸다.
타지키스탄이 메르데카컵을 제패하는데 단 1경기만 필요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원래 타지키스탄은 이번 대회 4강에서 팔레스타인과 맞대결이 예정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불참을 통보했다. 팔레스타인은 전쟁이 길어질 경우 11월부터 시작되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과 내년 1월 아시안컵 출전도 불발될 수 있다.
타지키스탄이 외부 변수 속에 메르데카컵에서 정상에 오른 가운데 진짜 전력은 아시안컵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아시안컵 본선에 첫 출전하는 타지키스탄은 A조에서 개최국 카타르와 중국, 레바논과 함께 토너먼트 진출을 다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따진다면 110위로 최하위인 타지키스탄이 과연 아시안컵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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