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판정 미숙이 낳은 찝찝함…‘상처’만 남은 전국체전 3x3 대회
[점프볼=목포/서호민 기자] 역사적인 전국체전 최초의 3x3 금메달을 향한 승부는 치열했다. 그러나 순간 순간마다 판정 시비, 그에 따른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사태가 불거지며 찜찜함을 남겼다.
지난 15일 전라남도 목포시 소재의 목포노을공원 3x3 특설코트에서 폐막한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3x3 농구. 세종특별자치시(세종)와 강원특별자치도(강원)의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28초 전 터진 이현승의 끝내기 2점슛에 힘입은 세종이 강원을 21-18로 무너뜨리고 전국체전 3x3 최초의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코리아리그, KXO리그 결승전에 비견될 정도로 명승부였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판정 시비와 부적절한 언행으로 얼룩졌다.
가장 시끄러웠던 심판 판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경기 초반부터 심판진의 매끄럽지 못한 판정으로 과열 양상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기에서 패한 강원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을 수 있는 장면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종료 7분 20초 전 노승준과 송창무의 매치업 상황에서 노승준의 별다른 터치가 없었는데도 수비자 파울이 불린 점, 6분 30초 전 김민섭의 슈팅 과정에서 석종태의 파울성 수비가 있었으나 불리지 않은 점, 5분 7초 김민섭이 리바운드를 하는 과정에서 송창무의 푸싱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점, 그리고 3분 25초, 하도현의 포스트업 과정에서 상대 이현승이 팔을 걸었는데도 콜이 불리지 않은 점이다.
종료 5분 45초를 남기고는 더욱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발생했다. 노승준이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채 송창무의 공격자 파울을 유도하려 했고 이 때 심판의 콜이 불렸다. 그런데 심판은 이전 상황에서 벌어진 하도현의 플라핑 파울을 지적했다. 명백한 레이트 콜이며 심판진의 운영 미숙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강원은 경기 시작 4분 여만에 팀 파울 10개(팀 파울 10개부터는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이 주어진다)가 쌓였다. 물론 여기에는 초반부터 강원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거칠게 항의한 데 받은 테크니컬 파울 2개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원의 박민수는 경기종료 후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3x3를 하면서 이런 적은 없었는데…"라고 말 끝을 흘리면서 "(판정에 대해선) 뭐라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강원에게만 아쉬운 판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승자인 세종 입장에서도 억울해할만한 판정이 몇 개 있었다. 종료 6분 전 김준성이 돌파 과정에서 김민섭으로부터 왼손을 가격 당했는데도 휘슬이 불리지 않은 점, 1분 46초 전 공을 소유하고 있던 이현승의 두 발이 사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라인 크로스가 불린 점이 대표적인 예다.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팀이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판정에 논란이 될만한 장면이 일어날 때마다 심판진이 왜 이 같은 판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을 안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심판과 선수 모두 사람인지라 서로 감정이 상할 때가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으니 상호 존중도 결여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위원회는 대회 종료 후 내부적으로 결승전 경기 영상을 분석한 뒤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으로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김진수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위원장은 "100% 완벽하다고 볼 수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 처음부터 판정 기준을 잘 잡았다면 이런 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판정 기준을 잘 잡지 못한 데에 따른 책임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판들에게도 다시 한번 교육했다. 이와 별개로 협회 측에 이번 판정 논란과 관련해 보고할 준비를 마쳤고 심판들 역시 경위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전했다.
심판을 향해 격하게 항의한 강원 선수들의 행동도 백번 잘한 것은 아니다. 강원 선수들은 경기 내내 심판 판정에 과도하게 항의하고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경기종료 후에도 심판을 향해 거친 언행을 보이는 등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충분히 징계 사유가 될만한 장면이었다. 한국 3x3 판도를 주도하고 있는 강원 선수들이기에 더더욱 해서는 안될 행동들이었다.
김진수 심판위원장은 "더 큰 문제는 경기종료 후 상황이다. 지도자나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에 심판에게 경기 도중에 발생한 판정에 대해 질의할 수 있다. 하지만 강원 선수들은 질의가 아닌 항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반말이나 모욕 등 인격모독적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차후 징계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협회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이야기했다.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강원 선수들은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농구협회가 주관하는 3x3 대회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시범종목이지만 이번 대회는 전국체전 사상 최초로 3x3 농구가 도입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번 대회는 한국 3x3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푸른바다, 목포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북항노을공원을 배경으로 예선부터 멋진 명승부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대회 관계자와 선수는 물론 그동안 3x3에 관심이 없던 관광객들의 발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한쪽으로 쏠린 분위기보다는 모두가 즐기는 축제다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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