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금쪽이 3.6%'…구멍 난 안전망 [정서행동 위기 1편]
[EBS 뉴스12]
이른바 왕의 DNA 사건에서 보듯, 최근 잇따르는 교권 침해 현장에는 자신의 정서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발견하고 치료로 연계하는 안전망은 허술한 현실인데요.
EBS뉴스는 오늘부터,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인프라를 점검하는 기획보도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정서행동특성검사의 실태를, 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초등학교에서 23년간 근무하고 있는 최경희 교사.
코로나19 이후, 수업 중 돌발행동을 하는 학생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친구를 꼬집거나 교실 밖을 뛰쳐나가는 등,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최경희 대표 / 좋은교사운동 위기학생연구회
"친구를 때리거나 할퀴고 이런 행동을 하고, 교실에서 돌아다니고 수업시간에 집중 못 하고 뒤돌아보고, 친구하고 계속 물건 만지고, 친구하고 떠들고 이제 이런 행동들을 계속 수시로 하죠. "
이같은 문제 행동은 상당 부분,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 행동 등 정서행동의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위험군을 조기에 가려내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때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하지만, 신뢰도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극단 선택을 하거나, 정서행동 장애로 진단을 받는 학생들도 이 검사를 통해 가려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최경희 대표 / 좋은교사운동 위기학생연구회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고, 진짜 그게 분명히 (검사나 치료를) 받아봐야 하는 앤데 그런 애들은 다 빠져 있고 이런 경우가, 또 아닌 애가 관심군으로 되기도 하고 이런 경우가 꽤 있어요."
EBS 취재진은 교육부가 취합한 최근 6년 치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관심군 학생 비율은 매년 평균 3.6%.
코로나19가 발생 전 3.4%였던 관심군 학생은 코로나 이후로도 3.3에서 3.5%를 오가는 등 사실상 차이가 없었고, 올해에서야 4.8%로 늘었습니다.
실제 ADHD로 진료를 받은 국내 소아 청소년이 5년 사이 70% 넘게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비슷한 기간 ADHD 진단받은 미국 학생이 12.9%인 것과 비교해도 극히 낮은 수칩니다.
정서행동특성검사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로는 먼저 문항의 숫자가 턱없이 적다는 점이 꼽힙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용 검사는 각각 65문항과 63문항에 불과해, 일반적인 심리검사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설문에서 주의력과 과잉행동을 측정하는 문항은 11문항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부모의 자기응답식 검사라 신뢰도는 더 떨어집니다.
인터뷰: 김영신 전문상담교사 / 경기 용인홍천고등학교
"초등 (학생용 검사) 같은 경우에는 학부모님이 아이를 판별하게끔 검사가 설계되어 있어서 부모님이 판단하시기에는 가정에서 얼마든지 엄마하고 관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고 그것의 응답이 관심군으로 선별이 되다 보니 학교에서 관찰되는 모습은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거죠."
초기 단계에서 정서행동 문제를 제대로 알 수 없으면, 시기적절한 치료로 연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정서행동특성검사를 보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정책연구조차 마치지 못하는 등, 진척은 지지부진합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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