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생은 일하다 다치고, ‘공짜 근무’해도 되나요?···현장실습생 산재·권익침해 5년간 178건[국감2023]
실습 시간 초과·부당 대우가 권익침해 과반
2년여년 전인 2021년 10월6일 전남 여수에서 한 요트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군(당시 18세)이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기 위해 잠수했다가 숨졌다. 이 업무는 홍군과 업체가 맺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없었다.
해당 업체는 관련 자격증이 없는 홍군에게 잠수를 시켰다. 안전관리자 동석하에 ‘2인1조’로 잠수해야 한다는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홍군이 숨진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안전하지 않은, 불합리한 착취가 일어나는 현장실습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 한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모양(19)과 정모양(19)은 간판 제작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이들은 수시로 1주일 최대 근로 시간(40시간)을 넘기며 일했다. 추가 수당도 없었다. 업무 지시는 대부분 반말이었다.
두 학생이 졸업 시험 기간 동안 ‘몇 시에 출근해야 하는지’ 전화로 묻자 업체는 이들을 해고했다. 학교에 해고 사실을 알리니 “그냥 계속 출근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학교에는 두 학생이 ‘스스로’ 중도 퇴사를 한 것으로 기록됐다. 졸업 후 김양은 학교 선배와 함께 업체에 찾아가 근로계약서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전해 들은 학교 담당자는 “남친인지 뭔지는 왜 데려갔느냐”며 되려 김양을 꾸짖었다.
18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이 당한 산업재해는 총 5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31건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처리했는데 3분의 2가 넘는 20건이 공업계열 학교에서 발생했다. 농생명계열에서는 5건, 상업·정보계열에서는 4건 순이었다. 부상 유형으로는 골절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재 정리 중 떨어지는 물건에 발가락이 부러지거나, 지게차와 충돌해 정강이와 발목이 골절되는 일 등이 있었다.
같은 기간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도 125건 발생했다. 실습 시간 초과(47건)가 가장 많았고, 부당한 대우(27건), 성희롱(24건)이 뒤를 이었다. 최근 3년간 현장실습생의 산재와 권익침해 사례는 2020년 32건, 2021년 42건, 지난해 44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파악한 산재 현황은 교육부 통계와 다르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포털인 ‘하이파이브’에 기재된 산재 현황을 토대로 통계를 낸다. 이와 달리 근로복지공단은 현장실습생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때 입력한 산재 여부로 현황을 파악한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현장실습생 산재는 총 29건으로 교육부 통계보다 적다.
서동용 의원은 교육부와 근로복지공단이 현장실습 산재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실습생들의 산재 예방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은 정확한 통계와 실태 파악이 우선”이라며 “교육부를 중심으로 근로복지공단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현장실습생의 권익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19일부터 현장실습생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적용 조항을 넓히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 이른바 ‘다음 소희 방지법’이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은 콜센터에서 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현장실습생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한국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키면서 지난 3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간 현장실습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었다. 앞으로 현장실습생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업체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등도 금지된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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