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저 마틴 "이건희, 모범적 리더…이재용 연구는 더 해야"

로저 마틴 토론토대학교 명예교수 인터뷰
"이건희 회장은 전략 이론가이자 사상가"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이건희 회장은 미국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를 닮았다. 그가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을 치겠다고 예고하고 실제로 공을 날린 것처럼, 이건희 회장도 초일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실제로 달성했다."

로저 마틴 토론토대학교 명예교수는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기조 강연 이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평가했다.

마틴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은 존재하지 않는, 예상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으며, 갈등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리더들이 갖춘 덕목이며 훌륭한 리더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 자체는 차이가 없으나 문화에 따라 표현 방식만 조금 달라진다"며 "과거나 현재나 이러한 리더는 소수"라고 강조했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 현재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어떤 리더십을 갖춘 리더냐고 묻자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 연구를 더 해야한다"며 "외부에서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만큼 개인적으로도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갖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정의 내리지 않았으나 삼성이 초일류 기업이라는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재중심의 조직문화 육성을 통해 직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틴 교수에 따르면 삼성처럼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대규모 조직의 관리를 위해 표준화·구획화 등의 수단을 이용한다. 이는 직원 관리는 쉽지만 개개인의 업무 몰입도 하락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

마틴 교수는 삼성이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직원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기업들은 규모를 키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인재 육성에는 상대적으로 시간 적게 할애한다"며 "직원들이 커다란 기업의 나사 같은 아주 미미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앞으로 새로운 신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마틴 교수는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주력하면 너무 많은 분야에 진출하게 되고 잘하는 분야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은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이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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